Black Swan Project, 아트 토이 제작 스튜디오
한 전시회에서 ‘블랙스완 프로젝트’의 카드를 처음 만났다. 형형 색색의 카드 디자인에 홀리듯 부스를 방문했고 그들은 자신감 있게 우린 80가지가 넘는 디자인 카드가 있다고 소개한다.
'만져봐도 돼요?'
흔쾌히 건네준 카드를 손에 쥐었다. 수학여행 때 만지던 편의점 표 트럼프 카드와 달리 손안에 미끄러지듯 퍼지는 느낌. 저절로 내 손에서 카드마술이 나올 것 같은.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플레잉 카드 디자인을 소유하고 있는 단체는 우리뿐이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블랙스완. 블랙스완에서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는 하정민 대표와 (이하 하) 디자인 책임을 맡는 박세현 (이하 박)에게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하 : 블랙스완 이라는 이름은 경제 용어로, 예측 불가능한 발생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 일어나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처럼 우리 또한 시장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싶었다.
박 : 블랙스완 프로젝트는 아트토이 프로젝트다. 노는 것과 예술의 결합을 생각하고 있다.
하 : 요즘 보면 현대인들이 굉장히 ‘노는 것’에 대해서 힘들어하더라. 이번 일러스트 페어도 정신적인 힐링을 주테마로 하는 곳이 많았고. 우리도 노는 것과 예술/디자인의 결합을 계속해서 생각하려고 한다. Design & Play이 우리의 키워드다.
예컨대 지금 판매하고 있는 상품 중에 피젯 스틱, 베글러리라는 게 있다. 이것들은 모두 손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아트 토이가 될 수 있다 생각한다.
하 : 7년 전 마술 시작을 시작했다. '나만의 카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카드 제작 업체가 별로 없었다. 없으면 직접 하자 싶어서 2011년부터 마술 카드에 디자인을 입히는 '블랙스완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꾸준히 하니 많은 카드 디자인이 쌓이게 됐고 감사하게도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박 : 디자인을 원래 하고 있었고 하씨가 카드를 처음 접하고 자신만의 카드를 만들고 싶어 하던 순간을 인상 깊게 지켜봤다.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고 각자 잘하는 분야가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시작했다.
하 : 처음 출시를 했을 때 출시를 할 때마다 초기에는 큰 반응이 없었는데, 4번째 출시한 루덴스라는 카드부터는 급속도로 반응이 커졌다. 1,000개를 생산하여 개당 18,000원인 카드가 3일만에 완판됐다. 그 외에도 초기에 생산한 카드는 개당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도 하다.
박 : 생각해보면, 우린 시장이 형성이 되면서 함께 성장한 케이스이다.
하 : 맞다. 때문에 후발주자도 생기고, 경쟁업체도 생기고 있다. 이전까지는 많은 정보를 감추기만 하다가 해외 수출을 시작하면서 안정화된 후부터는 영상이나 전시회 등을 활용해서 우리를 노출하는 중이다. 현재는 아르카나라는 마술 잡지에 디자인 섹션을 받아 정기적으로 연재 중이다. 조금 더 일반인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모든 카드에 애착이 있는데, (un) Colored 1.0 이라는 카드를 소개해주고 싶다. 캔버스에 물감을 뿌려대는 잭슨 폴락에서 영감을 받아 한정판으로 제작했다. 256개의 트럼프 카드를 이어 붙여서 하나의 캔버스를 만들고 우리는 그 위에 물감을 마음대로 뿌렸다, 물총도 쏘고. 그렇게 예측하지 못한 디자인으로 나온 (un) colored 시리즈가 아직도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른 카드보다 판매 속도는 느렸지만 소장하는 사람들이 많아 재판매률이 매우 낮은 제품이었다.
하 : 마술사는 기본적으로 퍼포머(performer)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특성이나 개성을 담은 디자인 카드로 마술을 선보이려고 한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많지만. 그래서 자신만의 새로운 디자인의 카드를 찾게 되고 꾸준한 수요로 이어지는 것 같다. 처음 마술을 접한 일반인에게도 예쁜 디자인의 카드가 어필이 되는 것 같다.
박 : 이은결 씨 같은 마술사의 경우에는 ‘스테이지’ 마술이라는 장르를 하다 보니 카드가 잘 보이진 않는다, 그분들보다는 특히 카드가 가까이서 보이는 ‘클로즈업’ 장르에 계신 분들이 카드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다. ( 작은 테이블 위에서 혹은 관람객 바로 앞에서 마술을 하는 걸 ‘클로즈업’ 마술이라고 한다. )
하 : 보통 플레잉 카드는 좌우 상하 대칭형으로 되어있는데 마술을 위한 카드는 조금 다르다. 한 장의 카드를 미묘하게 대칭이 아니게 넣거나 왕족의 디자인에 마술사만 알아볼 수 있는 작은 표식을 넣어서 마술사만 알아볼 수 있는 트릭을 넣는다.
하 : 청소년들부터 20대 초반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주로 마술 동아리에서 처음 마술을 접하시는 분들이고. 그 후에 5-6년의 간격이 있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프로 마술사들이 계시는 것 같다.
하 : 일반인들을 위한 카드와 컨텐츠를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마술 쪽은 이미 포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 카드 종류가 많아지고, 카드 인쇄판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 양 자체가 한계가 왔다. 마술 쪽 카드는 안정적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국외는 마술 쪽에 계속 집중하되, 국내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작을 하려고 한다.
하 : 자체적으로 실험을 많이 해봤다. 당연한 말이지만 '마술을 안 하는 사람이 갑자기 마술을 하진 않는다’는 것.
마술은 하는 사람들은 간접적으로라도 우리를 아는 사람이 많다. 앞으로도 마술 시장에 최적의 카드를 제작할 예정이지만 디자인 상품으로서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다.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일러스트레이터 분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카드를 더 넓은 시장에 제공하고 싶다.
맞다, 요즘은 굿즈의 시대라고도 하니 새로운 작품이 출시될 때마다 콜라 보하여 플레잉 카드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하 : 플레잉 카드는 점차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작가들과 협업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일러스트로 카드 디자인을 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와 그 아티스트의 디자인 카드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 사이에 커뮤니티가 생기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 중간에 우리가 있었으면 좋겠고 우리와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질 때까지 우리는 중간에서 방향을 잡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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