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아름다운 여름날이었다.
꽃들이 만발하고 초원 위에서는 화려한 색깔의 나비들이 춤을 추었다.
이 정신분석학자는 야외에 나와 기뻤다. 하지만 그의 동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며 걸었다. 산책하는 내내 말이 없었다. 릴케가 주변의 아름다움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지나쳐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프로이트의 말을 빌자면, 릴케는 "이 모든 아름다움이 소멸할 운명이라는 것, 겨울이 오면 사라진다는 것, 인간의 모든 아름다움과 인간이 창조했거나 창조할 아름다움도 그와 마찬가지라는 것"을 잊을 수가 없었다.… 릴케의 입장은 비록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름다움에 가장 깊이 사로잡힌 사람들이 특히 아름다움의 덧없는 본질을 의식하고 또 그것 때문에 슬퍼할 수 있다는 점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겉으로 드러나는 꽃의 아름다움에 집착하기 보다는 외형을 넘어 그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래서 화폭 가득한 꽃들은 밖으로 넘칠듯 과장되게 크고 붓질은 강하고 거칠다. 이로서 미의 상징인 꽃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피상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생명력을 강조한다.
중간에 영국 유학등의 이유로 작업을 쉬었던 기간들이 있어서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6~7년정도 꽃을 그리고 있다. 꽃은 나에게 있어 아주 여러 의미로 다가온다.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지켜야할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가, 바쁜 생활 속 여유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 때로는 허무함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난 또 그 안에서 어떠한 희망까지도 본다.
처음 꽃을 그리기 시작한것은 대학교 3학년때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부터 작업에 명확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시절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쳐치에서 보냈는데 이 도시는 가든시티라고도 불리운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 곳곳 눈이 닿는 곳마다 나무와 꽃이 있었고 자연은 아름다웠다. 미술학도였던 나에게 꽃을 그리는 것은 어쪄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꽃을 볼 때 사람들은 세 가지 중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첫 번째는 꽃의 아름다움에 취할 뿐이고,
두 번째는 꽃의 아름다움보다 꽃이 시들어간다는 것에 아쉬워 한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꽃이 지금은 아름답지만 곧 시들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진정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로 장미와 튤립을 그리고 있지만 나에게 있어 아직까지 꽃의 종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작업에서 물감을 말리고 올리고를 반복하면서 차례로 쌓이는 과정이 중요한데 이들이 그 과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적당하다.
나에게 작업과정은 무척 중요하다.
작업 특성상 한번 칠한 물감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보니 어느 정도 계획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붓질 하나 하나가 매순간 계속되는 선택이다. 물감 또한 매번 새로 섞어 그때 그때 사용한다. 유화물감으로 하나의 층을 이루고 마를때까지 기다렸다가 위에 다시 겹겹이 붓질하기를 여러번, 이를 짧으면 한달에서 길면 여러 달을 반복한다. 나는 최대한 캔버스 위의 첫 붓질부터 마지막 붓질까지 보일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렇게 화석이나 지층처럼 물감을 올렸다 말렸다를 반복하면서 중층적으로 쌓여 두꺼워지며 꽃이 피어난다. 공간이 축적되면서 그 사이 사이 시간성도 함께 쌓인다. 이러한 과정이 인간의 삶과 유사하다.
사실 빛에 대한 관심은 이미 2~3년전부터지만 아직 꽃에 빛을 더하려는 노력 중에 있다. 지난 달 끝난 개인전에서 처음 선보인 <nevertheless>도 그중 일부이다.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앞서 말한듯이 빛에 대한 작업을 계속적으로 더 발전시켜볼 계획이다. 그것 말고도 입체적인 것들도 함께 작업 해보고싶다. 다만 작업 특성상 속도가 느린 것이 사실 문제라면 문제랄까? 그러나 작업에서 순서가 있듯이 차근 차근 하나하나 열심히 해 나가보려고 한다.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시기를 ^^
이은영 작가님의 작품은 '서래마을 레빗홀'에서 3월 15일 화요일부터 4월 4일 월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