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분열하고 명멸해왔다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심보선,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주제 중심보다는 소재 중심으로 찾고 있던 때였어요. 그때 아날로그적이면서 흔치 않은 그런 소재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성냥이 보였었죠, 흔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이 성냥에 불을 붙였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죠. 그러다가 5~6개정도 태웠을 때 즘에 성냥의 머리부분을 봤어요. 그때 샀던 성냥의 머리는 타고난 후에, 마치 사람의 절규하는 표정, 고통 혹은 비명 등, 일그러진 얼굴의 형상 이였는데, 그 모습들이 마치 제 마음 속에서 외치는 비명과도 같았어요. 작업에 대한 고민 그리고 나 자신이 작가로써 일어날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요. 그렇게 처음에는 제 자신을 들여다 봤고, 다시 태웠을 때는 불이 안 붙은 순간에서부터 불이 점화가 되고 구부러지는 과정까지를 계속해서 들여다 봤어요. 그때 든 생각이, 불이 붙고 구부러지는 과정 속에서 저는 이미 점화를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태우며 구부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성냥 하나가 자신의 열정에 불을 붙이고 자신의 삶이 다 할 때까지 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말이에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 봤는데, 제 주변에서 저와 같이 작품 작업을 하는 친구들이 눈에 들어 왔죠. 그들 역시 저와 같이 태우고 있다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이였어요. 이렇게 성냥을 저는 의인화 해서 바라봐요. 물론 사람처럼 옷을 입힌다거나 하진 않지만, 성냥 하나하나가 어떠한 이를 대신해서 보여주듯이 그들은 지금도 태우고 있다는 것이죠.
사람은 누구나 밝게 빛이 날 때가 있고, 그 빛은 조금씩 꺼져간다고 느껴요. 그 중 20대에서 30대 사이에서 가장 많이 빛이 나는데, 이 시기가 그들에게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죠. 청춘을 바칠 때이고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서, 목표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시기 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후에 스러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살아 움직일 때는 꿈과 목표를 향해 움직이지만, 결국 도달하는 최종 장소는 죽음이라는 곳이죠. 삶의 순리처럼 성냥은 밝게 빛나기 전과 불이 붙은 순간 그리고 불이 꺼져버린 모습에서 정말 짧고 간결하게 사람의 일생을 보여 주고 있어요.
사람들이 겪는 상황이나 그 이해에 따라서 의미는 크게 변하지는 않아요. 전체적인 틀 안에서 작은 이야기가 파생되어 나올 뿐이에요. 물론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작가인 저와 해석이 다를 때가 있긴 하겠지만, 그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하나의 과정 속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의미들을 존중할 뿐이에요.
작업하는 과정은 일단, 자연 이미지를 통해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성냥을 의인화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성냥을 태워서 모아놓은 형상은 마치 나무나 숲을 연상시켜주기도 하죠. 그리고 다음에 성냥들을 직접 태우고 판 위에 옹기종기 배치시킨 후에 사진을 찍어서 자료로 써요. 제가 지금껏 그린 것들은 사진 자료로 만들어낸 후에 그렸다고 보시면 되요.
‘태우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전시를 구성했어요. 초기의 성냥 작품들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성냥 작품들로 구성해 보았죠. 처음에는 예전 작품과 지금의 작품이 같은 공간에 있는걸 상상으로만 해봤었지 실제로 놓아 본건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조금은 이질적인 느낌을 주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막상 디스플레이를 마치고 나니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은 느낌을 주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전시는 저를 한번 더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고 신선했어요.
빛이 나는 사람에겐 사람들도 그 빛을 따라서 움직이고 모이기도 하잖아요? 이 작품을 그릴 땐, ‘나도 지금 빛이 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던 때에 그렸던 거였어요. 밝게 빛나는 성냥 뒤로는 이미 타버린 성냥들이, 마치 자기도 다시 태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주변에 있는 듯 말이에요.
첫 작품이 가장 인상에 남아요. 이 소재를 들고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나가기 전의 상태이죠. 이 작품에서는 제가 왜 성냥을 그리는지에 대한 계기를 제공했고, 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 볼 수 있게 도와줬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들은 왜 전진해야 할까, 다 타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멈출 수 없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빛을 등 지고 빛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듯 그들은 한 방향으로 구부러져 있죠. 사람은 저마다 멈출 수 없는 이유들이 있어요. 아무리 다 타버린 자신 이라고 해도 그건 성냥의 한정된 부분이고, 사람으로 치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태울 수 있는 존재에요. 그리고 아마 살아야 할 이유와 목적과 꿈이 있다면 언제든지 그들은 빛이 가리키는 방향에 그 끝이 어떤 곳인지 모를 그곳을 향해 나아가길 멈추지 않겠죠.
꽃이 피고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따뜻함이 요즘 주변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밖의 그늘에 앉아, 그 따뜻함을 느끼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아서 고민이죠.(웃음)
물론 저에게도 기쁨의 순간들도 있어요. 내 일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려올 때면 부러우면서도 나까지 기분이 좋아져요. 그리고 요즘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때, 특히 아침의 공기와 운동후의 상쾌함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요.
앞으로의 작업은 성냥으로 시작해서 성냥으로 파생되어 나오는 작업들이 될 것 같아요. 자연이미지를 보고 영감을 얻는다고 했었는데, 앞으로도 자연의 웅장함에 영감을 받아서 작업을 이어 나갈 것 같아요. 물론 그것을 의인화로 바라보는 것 또한 포함되고요. 자연의 웅장함에 영감을 받아, 그 속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한영국 작가님의 작품은 방배 '카페 꼰띠고'에서 4월 6일 수요일부터 5월 3일 화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