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Interview
특별할 것 없는 요소들이 한데 모여 갖가지 무늬를 이룰 때. 이내 사라질 듯 여리고 섬세한 균형을 만들어 낼 때. 이러한 순간의 풍경을 작업으로써 남기고자 한다. 스스로의 작업이, 풍경 속 그러한 빛깔과 무늬가 잠시 동안 그렇게 있었음에 대한 정성스럽고 단정한 기록이길 바란다.
-작가 노트 중
순간이 만들어낸 단서들을 보니, 어느덧 봄이 왔나봅니다.
이번 전시 <묽게 얽힌 무늬>에서의 작업들은 ‘얼핏 무늬나 패턴 같은’ 풍경의 장면을 그린 것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림에서 반복되는 요소들은 한데 어우러져 어떤 무늬를 이루고 있지만, 이러한 무늬들이 패턴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엄밀하거나 고정적이지는 않다. 무심하고 우연하게 만들어지고 한시적으로 그렇게 있는 장면들이다. 이러한 지점을 전시 제목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고, 옅고 투명하게 채색된 그림의 분위기를 전달 할 수 있는 어감의 단어를 고르려 했다.
스스로가 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대상은 풍경인데, 그 중에서도 지금까지는 일상적인 풍경(본인이 구체적으로 체험 가능한 풍경)에 집중해왔기 때문에 그러한 요소들이 대상이 되는 것 같다.
본인이 바라보고 옮기고자 하는 풍경은 ‘수려한 자연 경관’이나 ‘스펙타클한 도시 경관’이라는 식의 단순명료한 형용이 불가능한 어떤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어딘가 어설프고 심심하기에 수공적 느낌을 전달하는 마냥 차갑지만은 않은 인공물들과, 조경을 위해 일렬로 심기거나 다듬어져 다소 인위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자연물들이 함께 놓여 만들어내는 풍경의 느낌에 집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종이에 수성재료들을 사용하여 작업하고 있다. 종이는 얇은 한지를 주로 이용하는데, 표면을 코팅된 상태와 비슷하게 처리하여 물감이 스미지 않고 투명하게 쌓여 올라가게 한다. 한지를 선택하는 것도, 쌓아서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림의 투명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선은 정제된 상태로 드러나기를 원하기에 직접 스케치 하지 않고 항상 한번 이상의 트레이싱 과정을 거친다. 처음 지지체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여 완성된 작업의 표면처리까지 작업을 조심스럽게 대한다는 느낌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각기 작업별로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 주된 비중을 두는 부분은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는 공통적으로 ‘과하지 않은 적절한 지점을 찾아 유지하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둔다.
이때의 ‘순간’은 풍경이 우연스레 장면적 질서를 보여주는 때, 혹은 그때에 내가 서 있는 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어딘가로 이동하며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일순간 내가 바라보는 시점에서 장면이 그 안에 놓인 요소들로 인해 조형적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거나, 균일하다거나, 대비를 이룬다는 등의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러한 장면이 주는 질서감은 내가 걸음을 옮겨 시점을 달리하면 사라지는 것으로, 다소 자의적이고도 감상적으로 나는 이러한 질서 있는 장면을 '순간'이라는 단어와 연결시키고 있다.
'지그재그_계절' 인 것 같다. 판화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매체를 달리함에 따라 어떠한 특징이 도드라지거나 달라지는 지 확인 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만족스럽게 완성되어서 애정이 간다기 보다는, 또 다른 방식의 작업을 시도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작품이라는 생각에 가장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졸업을 위해 작업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의 작업을 전에 없이 긴 글로 정리하고 설명해야 하는데, 너무 부끄럽지는 않은 글로 완성하고 싶다. 의미 있는, 작업의 방향을 세워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과정이었으면 한다.
본인에게 작업을 한다는 것이 풍경이라는 대상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었으면 한다.
작업이 보다 새롭거나 기발한 것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닌,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들의 가치와 이유를 살피는 과정이기를 바란다. 보다 찬찬히 시간을 들여 바라보고, 주어진 것들을 긍정할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었으면 한다.
김지민 작가님의 작품은 서촌 카페 '자연의 길'에서 4월 7일 목요일부터 4월 28일 목요일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