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전시 소개

동남아와의 따스한 눈맞춤,
류지민 작가

Artist Interview

by 넷플연가

“선생님한테는 그랬을지도. 내겐 항상 비가 와요. 하늘이 부서지고 유리 조각들이 쏟아져요.”

“아플 것 같군요”

“아픈 건 아름다워요”

타블로 <당신의 조각들> 中


눈맞춤#1_160x80cm_장지에 채색_2015.jpg 눈맞춤#1_160x80cm_장지에 채색_2015


<눈맞춤>속 어린아이들의 무심한듯한 눈빛이 분위기를 낯설게 만든다. 이러한 분위기를 나타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 작품에서는 동남아의 현지 아이들이 처음으로 외부인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보여주었던 눈빛을 온전히 담아내려고 했어요. 어색하고 낯설지만 동시에 궁금하고 조금 더 다가가고 싶어 하는 그런 어린아이들의 눈빛을 보았었죠.


옛날 우리의 모습과 같은 분위기가 나서 동남아인 줄은 몰랐다. 왜 동남아였는지 물어보고 싶다.

동남아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날 것’, ‘생 것’ 같은 모습이 좋았어요. 그곳의 자연도 그랬고 사람들도 그랬어요. 특히 아이들의 시선이 나와 마주쳤을 때의 그 느낌을 개인적으로 느꼈던 동남아의 색깔에 버무려지듯 표현하고자 했죠.


단 하나도 가공된 것 같지 않은 깊은 자연의 색, 강렬하고 따듯한 대지의 색, 낮은 건물들조차도 인공보다는 자연에 가까운 색을 띠고 있었고 사람들의 피부색도 그러한 환경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색의 느낌들은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작품을 보면 꼴라쥬처럼 오려 붙인 느낌이 든다. 특별히 작품을 이런 방법으로 표현한 이유가 있나?

<눈맞춤>과 그 후속 작품들에서는 여러 공간들을 재구성하여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고 전혀 연관 없는 사진들을 재조합하여 하나의 내러티브를 구성했습니다. 따라서 작품에 등장하는 풍경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실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느낌을 두드러지게 표현하기 위해 오려 붙인 것 같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렇게 보이도록 그리는 방식을 택했어요. 관람객들로 하여금 조금 더 호기심을 가지고 가까이서 그림 속 내용들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



눈맞춤#2_130x193cm_장지에 채색_2015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로 봉사활동을 떠날 때는 뭐든 가르치고 자꾸 주려고 한다. 단기 선행을 베풀고 나서는 ‘주기 위해 갔는데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어왔어요’라는 이상한 말을 하고 다닌다. 우리가 떠난 뒤 그곳 현지인들에게 남는 것은 허무함, 상대적 결핍감일 뿐이다. 물론 우리가 있는 동안 아이들은 즐겁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잡아먹혀간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된 후 나온 작품은 전에 것에 비해 약간은 어둡고 폭력적이지만 그것이 끔찍하게 드러나기보다는 조금 더 재치 있게 나타나 있다. 작품에 있는 괴물 이미지는 어린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친숙해하지만 동시에 두려워하는 존재이기도 한 ‘공룡’이 변형된 것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상상 속 괴물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이미지이기도 하다. 얼핏 봐서는 아이들이 괴물과 놀고 있는 것인지, 두려워서 달아나는 중인지, 얼굴은 웃고 있는지 찌푸리고 있는지 애매하게 표현했다.
작가노트 中


작품을 보면 어린아이들이 아닌 이질적인 존재들이 등장한다. 무엇을 나타내는 지 궁금하다.

<눈맞춤>의 후속작들을 보면 다양한 모습의 괴물들과 조금은 섬뜩해 보이는 가면 이미지들이 나타납니다. 그것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그린 상상 속 괴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들입니다. 아이들이 무서워하고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가장 좋아하고 친근함을 느끼는 존재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다가 ‘괴물’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게 되었고, 가면 또한 외부인들에 대한 아이들의 경계심과 공포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동남아 지역 많은 곳을 경험한 것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다면 장소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최근에 갔었던 라오스가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이랑 여행을 갔었는데 ‘블루라군’이라는 관광지에 가기 위해서는 트램을 타야 했다. 그런데 트램이 모랫길을 지나가면서 굉장한 먼지를 내뿜었고 그 길 주변에 사는 마을의 아이들이 모두들 옷으로 코와 입을 막고 다니던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관광객들로 인해 그들의 생계수단이 만들어지면서도 소음과 매연으로 피해를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우선 여행을 하면서 찍었던 사진들 중 마음에 드는 이미지들을 골라 포토샵에서 레이어를 다 딴 후 새로운 화면에 그 이미지들을 배치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렇게 구상된 새로운 이미지에 괴물 등의 이질적인 소재들을 넣어 또다시 구성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간다. 먼저 얇은 종이에 자세하게 스케치를 한 후 미리 한지를 붙여놓은 화판에 밑그림을 배겨 작업을 들어간다. 처음에는 얇게 채색을 한 후 점점 쌓아 올라가는 식으로 작업한다.


무제 72x61cm_장지에 먹_2014.jpg 무제_72x61cm_장지에 먹_2014



작품 속 조각난 듯한 느낌은 의도하고 표현한 것인가?

그렇습니다. 여러 공간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풍경은 하나의 공간 같지만 사실은 연관성 없이 방문했던 여러 지역들이 기억이 조각조각 합쳐진 결과입니다.





작가로서 요즘 하고 있는 생각이나 고민들이 있나?

이제 막 졸업전시를 마치고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줄어들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할 것이 조금은 두렵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한 고민도 많고요. 아무래도 동남아라는 지역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당시에 현지에서 갖게 되었던 생각들이 많이 옅어진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작업들을 할 계획인지도 궁금하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지?

앞에서 말했듯이 지금까지의 작업을 할 때 가졌던 고민들로부터 조금은 멀어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같은 주제의 작업을 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동안 만들어온 나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선에서 작업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지난 학기에 ‘아동 상담과 놀이치료’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말로서는 표출되지 못하는 아동들의 심리가 놀잇감들을 통해 겉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배우면서 흥미롭다고 느꼈어요.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눈빛과 무의식의 표출을 연결시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흐릿하게나마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에 이쪽 분야의 공부를 더 해보면서 작업의 소재로도 사용하고 싶어요.



인터뷰와 함께하는 류지민 작가님의 작품은 '성수동 Les Philosophies'에서 12월 23일 수요일부터 12월 30일 화요일까지 커피 한잔과 함께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품은 직접 보는 감동이 있습니다.

http://7pictur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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