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에도 사랑이 있다면

by 모티


어렸을 때 꾸었던 가장 무서운 꿈은 부모님이 치즈로 변하는 꿈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로 치즈를 꼽을 정도로 치즈를 사랑하는 내가 엄마 아빠가 치즈로 변한다는 건 끔찍한 일 중 하나였지요. 밥 위에 살포시 포개거나, 입안에 넣고 있으면 사르르 녹아내리기 때문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치즈는 큐브와 노오란 슬라이스 치즈예요. 그런 제 눈앞에서 갑자기 변해버린 부모님을 보고 있자 하니 반가우면서도 끔찍한 두 감정이 공존하는데, 손을 쓸 수 없어 아무것도 하지 못해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만 있었던 기억이 나요. 손으로 주욱 찢어가며, 으깨어 씹는 치즈가 좋았을 뿐인데 그 행위가 잔인하게 느껴졌던 건 또 처음이에요


엄마와 아빠는 왜 치즈가 되었을까요? 내 곁에서 사라지는 건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데 왜 하필 제가 유독 좋아하는 치즈가 된 걸까요? 치즈만 보면 헤벌쭉해서 손만 뻗어 치즈만 응시한 채 달려오는 제 모습을 보며 사랑이 빼앗겼다며 질투하셨던 것 때문일까요?


우리 엄마 아빠, 그 정도로 저를 사랑하는 것 같긴 해요. 게다가 치즈는 녹아내리면서 흰 쌀알에 그리고 입천장에 눌어붙는 성질도 있지요. 어쩌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사랑스러운 저에게 더욱더 가까이 철썩 달라붙어 떨어지고 싶지 않은 애틋한 사랑을 만끽하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겠어요. 금방이라도 싫증이 날까 봐서 제가 좋아하는 치즈의 모양 그대로 나타나 말이죠.


치즈를 보며 사라짐을 생각해 슬퍼했던 저라면, 엄마 아빠는 치즈를 보며 더 살갑고 가슴 뜨거운 사랑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꿈속에서까지도 나타나 치즈가 되어 제 곁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녹을수록 더 끈끈해지고 기댈 수 있는 녹진하면서도 절절한 치즈 같은 사랑을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첫 문장 출처: 치즈 이야기 / 조예은

"당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보려 합니다."

#치즈이야기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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