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가 있다

by 모티

#사람사전

꽃에도 있다. 생선에도 있다. 말에도 있다. 그러나 꽃을 꺾지 않으면, 생선을 물지 않으면, 말을 귀에 담지 않으면 가시에 찔릴 염려는 없다. 아무 짓도 하지 않으면 가시가 내게 덤비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런데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것을 우리는 죽었다고 말한다. 가시가 무서워 죽었어. 가시를 피하다 죽었어. 이런 문장을 걸어둔 무덤은 없다. 그래, 가시는 피하는 게 아니라 찔리는 거다. 가끔 찔리는 거다. 따끔 찔리는 거다. 찔리면 피 몇 방울 똑똑 내주고 앞으로 또 앞으로 또 앞으로 가는 거다. 반창고가 있다. 후시딘도 있다.


작지만 강한, 모두가 가진 것이 있었다. 눈에 보일 때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꽃에도 있다. 나무에도 있다. 너와 나에게도 있다. 조금은 다른 모양새지만 스스로를 지키는 쓰임새는 같았다. 가시였다.


이슬 몽글이 맺힌 꽃이 어여쁘다 해서 꽃을 꺾을 수는 없었다. 가까이 손을 뻗으면 어느샌가 뾰족한 칼을 허리춤에 차고 지키고 있었기에. 크고 듬직한 나무가 멋스럽다 해서 잘라낼 수는 없었다. 껍질로 튼튼히 감싸 안으며 날 세우고 있었기에. 내가 마냥 좋다 하여 기대거나 맘대로 만질 수는 없는 것이었다. 누구도 모르게 만들어진 내면에 돋아난 단단한 가시가 제멋대로 선을 넘어버린 너를 향할 테기에.






첫 문장 출처: 사람사전 / 정철

"당신이 오늘 읽은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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