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신사

웨더후드 레놀드 제임스에게도 때가 왔다.

by 모티


상당한 재산을 지닌 독신 남자에겐 틀림없이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세상 모든 사람이 널리 인정하는 진리다. 하지만 그 재력에 걸맞는 품격 있는 여인을 발견하는 것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허풍으로 가득한 집안 사정과 촌스럽게 치장한 천박한 여인들이 사교계 모임을 드나들며 물을 흐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만큼이나 고고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여인을 아내로 들이기 위해서는 큰 재산을 거머쥔 재력가 역시 두 팔 걷고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웨더 후드의 초 대저택에 거주하는 레놀드 가에서도 그 흐름을 타지 않을 수는 없었다. 3대 장손인 레놀드 제임스가 때마침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 레놀드 대령은 웨더 후드에서 알아주는 대령 중 한 명이었는데, 그의 지나가는 옆모습만 봐도 느껴지는 위엄에 모두가 손을 벌벌 떨 정도라 하였다. 그런 레놀드의 엄격한 훈육 하에서 곧게 자라온 제임스는 제 의견을 표현하는 법이 없었고, 과묵한 성격에 힘이 더 실리곤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반기를 든 것은 자신의 혼인에 대해 불필요한 간섭이 있을 때부터였다. 하얗지만 거칠고도 사내다운 피부결에 진한 눈썹과 갈색빛의 깊은 눈동자를 하고 있는 제임스는 모습 그 자체로 기품 있었다. 하지만 입만 열었다 하면 느껴지는 매서움과 강한 고집에 혀를 내두르며 떠나간 이가 한 둘이 아닌 것을 보면 사교성은 한참이나 뒤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항간에는 그런 제임스를 보며 신은 공평하다는 또 다른 진리가 떠돌곤 했다.






첫 문장 출처: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당신이 오늘 읽은 첫 문장은 무엇인가요? 살포시 두고 가시면, 이어가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