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해한 죄책감

가족

by 삼선


느티나무 그림자에 앉아 노란 꽃을 건너다본다 뜨겁고 눈부신 오후 햇살을 받아내고 있는

작디 여린 것


내가 버텨내고 있는 건 가족을 향한

불가해한 죄책감이다


죄를 짓지 않았는데 드문드문 어떤 형상이

돌덩이로 다가와 감정 같은 것 하나 무심히 떨구고 간다


아마 이승에서는 깨우치지 못할 듯하다

책임이 죄로

연민이 죄로

애씀이 죄로


나쁜 짓을 하지 않아도 죄책감이 뭉클

퍼지고 그런 내가 이상하다


마구 허물어지는 감정을 덧칠하다 새까만

절망이 곰팡이처럼 번진다


가족과 꼭 잘 지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누군가 말해 준다면 그이의 어깨에 살며시

내려앉아


오래도록 머물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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