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도 웃는다

_혼자 혼자 혼자라서

by 냉동딸기

정신승리 일관했던 인생에서

이제서야 비로소 인정하는 것은

나는 어리석다는 점이다.

인정하고 나니 비관하지 않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다 보니

어리석은 주제

꽤 명랑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알겠다.


하루를 명랑하게 살고

잠들기 위해 너무 애쓰지는 않고

일찍 자면 12시, 늦게 자면 2시.

그리고 자면서 좋아서 웃는다.

혼자인 이 밤이 좋아서 웃는다.


예전 같으면

너무 좋아하면 될 일도 안될까 봐

조심 또 조심했을 텐데

이젠

지금 웃지 않으면 언제 또 웃어보냐, 하면서 웃는다.


남들이 날더러 완벽주의 때문에 힘든 거라고 했었는데

그 말은

능력과 환경에 비해

욕심도 참 많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도

이제 안다.

나의 현실 여건을 직시하니

그 욕심이라는 것도 어디 갔는지

또 명랑한 나만 남는다.


명랑한 나는

무용하거나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에 몰두하곤 한다.

가령, 노래할 때 라 플랫에서 시 플랫으로

1도 올리는 연습을 한다든지.

인기 없을 글을 쓴다든지

퇴화한 뇌의 남은 능력에 기대어

직업을 가질 공부를 한다든지.


잠이 잘 오지 않아도 너무 걱정하지 않는다.

아직 밤을 꼴딱 새울 정도는 아니기도 하고

약을 먹지 않아도 2시쯤 되면 잠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12시에도 잠들 수 있는데

지금 이 밤이 너무 좋아서 안 눕는 것이고

11시에도 누울 수 있지만

할 일이 많아서 지 못하는 이다.


외롭긴 한데

외로워서 힘든 점은 없다.

외로운 건 그냥 외로운 거다.

노래 연습 좀 하고,

설거지 좀 하고,

책을 소리 내서 읽고,

구멍 난 양말 좀 기우면

어느 틈엔가 멀쩡하다.


지금보다는

함께라고 믿었을 때

치열하게 사랑해야 한다고 나를 재촉할 때

오히려 힘들었다.


명랑함이 지나쳐 잠 못 들고 있다가

지난달 끄적인 그림을 발견하고 웃는다.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참 나는 그 가슴 아팠던 시간에도

종이에다 이런 짓을 하면서 그 기분을 날려 버릴 수 있는

명랑한 사람이다.


어리석고 명랑한 사람이다.


"네가 나보다 더 행복하면 어떡하지?"

곧 네가 반문할 차례가 될 지도 모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