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완벽한 나보다, 노력한 나에게.

망생이의 일기

by 김슈기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면서

한 편, 두 편, 세 편씩 나의 단막의 글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시작하면서 떠올렸던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이제 스리슬쩍 고갈되기 시작하고,

아이디어가 되지 않는 이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내 다음 글은 뭐 쓰지? 와 내 다음 글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점점 더 완벽한 글을 쓰고 싶어지는 건지,

글을 쓸수록 더 잘 쓰고 싶어지는 건지,

더 빨리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내 노력보다 더 앞서가나 보다.


매일 노력하고 있는 나에게 칭찬을 해주는 시간보다

매일 완벽하지 못한 나에게 책 찍 질을 하고 있으니

점차 나를 조막만 하게 만든다.


사실은 이 시기에 가장 믿어줘야 할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인데,

내가 점차 나를 못 믿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가 참 그렇다.

머리카락처럼 0.02mm 정도씩 발전하는 나를 보기보다,

1cm 자라지 못한 멈춘 나의 키를 보는 듯,

성장점을 잘 보지 못한다.


늘 생각하는 건데,

사람들은 외부에서 보는 자신의 모습보다 내가 나를 보는 내 지독하게 깊은 내면을 더 자신이라 믿는다.

그 지독한 내면에 더 깊게 빠지는지, 아니면 그 지독한 면을 무던히 넘어가던, 지독하게 회피하던,

우리는 사실은 조금 더 칭찬받아야 하는 오늘을 달리고 있는데,

왜 완벽하지 못한 나를 더 닦달하며 조금 더 노력한 나를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이 시간과 시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점점 무뎌지는 것일까?


매일매일이 고민과 고민을 거듭해서 쓴 첫 원고를 볼 때면,

특히 더 나에게 팍팍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나의 마음도 팍팍해진다.


오늘도 삼각김밥 하나 까먹으며,

오늘도 글 한 줄씩 채워나가며,

오늘도 뿌듯함보다 채웠다는 느낌만 준다.

배도 채웠다, 글도 채웠다.

딱, 그 정도.


저녁 8시쯤 맥주가 딱 당길 때쯤.

그쯤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나에게 맥주 끝맛처럼 쓰게 굴었나 생각해 본다.


목이 촉촉해질 때쯤

마음도 촉촉해지나

고생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한 마디 해주고 싶어진다.


사실 이 길을 선택한 지 얼마나 됐다고, 걸음마 때자마자 뛰고, 계단을 높게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차근차근 올라가는 마음보다 늘 앞서게 된다.

우리는 늘 마음에 지니고 가야 한다.

어제보다 0.02mm 자란 오늘을 보내고 있다는 걸.

그 작은 성장이 몇 개월의 나보다 성장했다는 걸.

인정과 이해를 하는데 참 오래 걸렸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알고도 아닌 척 넘어갔던 나의 작은 성장들은

오늘은 조금 칭찬해 줘야 한다.

그래야 나는 내일도 버틸 수 있다.


내일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

미래의 성공을 포기하지 않는 것,

끝까지 이 앉은자리를 지키는 것.

우리 지망생들에게는 꼭 필요한 마음.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 주는 것보다, 나의 인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래, 완벽한 나보다, 노력하는 내가 더 낫다는 것.

그걸 조금만 더 알아주면 나의 힘이 된다는 것.

우리는 자주 놓치지만, 꼭 알아야 하는 것.

우리 지망생들에게는 꼭 필요한 그 마음.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한 줄의 칭찬 일기를 쓴다면.

나는 오늘도 한 줄을 쓴 나에게 고생했다고,

한 순간 더 성장했다고,

칭찬을 해주고 싶다.


그동안 나에게 각박했던 나에게

오늘은 칭찬을 해주는 날.

"그래, 완벽한 것보다, 노력한 게 더 나아."


늘 완벽한 순간은 없어도, 늘 노력하는 순간들은 모이니까.

고생했다, 고생했다, 고생했다.

잘했다, 잘했다, 잘했다.

잘할 수 있다. 잘할 수 있다. 잘할 수 있다.

그 0.02mm를 오르느라 고생한 나에게.

작은 토닥임을 해주는 시간.


그 시간이 정말 절실하게 필요하고,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걸.

오늘은 깨닫고, 나에게 칭찬 한 마디 해줬으면 한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


그 한 마디가 어려웠나? 나에겐 참 어색하게 들리지만.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말보다, 더 귀중한 말은

나에게 더 각박하기에, 나 스스로에게 해줘야 하는 말인 것 같다.


세상 살다 보면 내가 한없이 작아 보이고, 내가 쓸모없어 보이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날이 오고,

나 하나 먼지 같은 존재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정말 소중하게 나를 아껴주고, 내 말을 귀 기울여주고, 토닥여야 해 줄 사람은

바로 나였다는 걸.

그렇기에 나에게 더 완벽함보다는 한 뼘의 성장을 응원해 줘야 함을.

오늘은 뼈저리게 느낀다.


세상 사실은 나 혼자 사는 거니까.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꼭 칭찬을 해주길.

오늘도 새삼 느끼며.


완벽한 나보다, 노력한 나에게 칭찬하는 하루, 오늘, 내일이 되길.

바라고, 바라고, 또 바란다.


혼자만의 시간 외에 나태해질 것 같은 불안감 혹은 정보, 인맥, 동기 등의 다양한 이유로

같은 목표를 두고 있는 사람들과 스터디를 하게 되곤 한다.

나와 비슷한 군에 있는 사람들과 열심히 하기 위해 들어가

내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내가 더 열심히 나아가도록 하는 원동력을 만들기도 한다.

사실 혼자만의 싸움이지만,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건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나를 조금 더 견제하게 될 수도, 비교군이 생길 수도, 정보공유, 든든한 친구이자, 단단한 적이 될 수 있는.

한 집단에 들어와 "나는 혼자가 아니야"를 증명하는 듯한

스터디라는 집단에 들어와 시간을 또 보내면

더 그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작은 욕심도 생기고,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은, 내 하루를 좀 더 완벽하게 보냈다는 생각도 만들기도 한다.

무언가 더 노력한 기분.


오늘도 시간을 보내고 노트북을 덮고 다음 주에 보자는 인사를 하며 스터디를 끝내면,

무언가 더 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에 취하지 말라곤 하지만, 그래도 늘 그들이 있기에 든든해진다.

나와 같은 꿈을 꾸고 노력한다는 건, 나에게 경쟁자이자 든든한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것.

선의의 경쟁을 치열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혼자 생각에 빠질 때 환기가 되어주는 것.

그런 점들에 서 나는 같은 동료가 되고 싶다.

조금 모자라보여도 같이 웃을 수 있는 게 조금 더 행복하니까.

완벽함 보다는 조금 더 노력하는 이 관계들이 더 소중하니까.

그렇기에 오늘도 잘했다고 스스로를 돌아본다.


먼 훗날, 내가 꿈꾸는 그 자리에 갔을 때,

완벽하지 않았던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참 많은 노력을 했다고 토닥이고 싶다.

그 미래의 토닥임을 오늘은 조금 미리 다독인다.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오늘도 노력했다고.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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