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부담감에 관하여
‘에세이는 첫 문장에서 승부가 난다.’
첫 문장에서 승부가 난다니. 이게 무슨 초보자에게 내려진 청천벽력 같은 소리란 말인가.
윤영돈 코치의 브런치 글 ‘에세이를 잘 쓰는 10가지 방법’에서 알려준 첫 번째 방법이다.
이 글을 찾아보게 된 건, 에세이 클럽에 참가 의의를 밝히고 나서다. 에세이 쓰기에 경험이 전무한 나는 도저히 어떻게 글을 써 내려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또 잘 쓰고 싶었다. 그래서 에세이 잘 쓰는 법에 대해 알아본 것이었는데, 오히려 더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사실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한 정확한 정의조차 몰랐기에 정의부터 공부해보고자 싶어 이런저런 자료를 찾던 중, 윤영돈 코치가 설명을 아주 상세히 잘해 두었길래 나 홀로 그분을 스승님 삼아 브런치를 열심히 정독했다. 에세이 클럽 멤버들은 모두 다 글을 잘 쓰고 에세이에 대해 잘 알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질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를 하지 않고는 못 배겼다.
어쨌거나 윤영돈 코치의 글에 의하면 에세이란 ‘중수필로서 어느 정도 지적, 객관적, 사회적, 논리적 성격을 띠는 소평론’이라고 했다.
지적이고 객관적인...?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들이다.
또 ‘보편적으로 논리나 이성에 의존하여 논리적이고 논중적인 진술이 드러나고 지적이며 사색적인 수필,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체계적인 논리구조와 객관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하여 쓰인 수필’이라는 설명이 있었는데 당최 에세이에 대해 파고들면 들수록 어떤 방향으로 글을 써나가야 할지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그리고 결정적인 설명.
‘사회적, 객관적 관심을 표현하며, 서술사인 ’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술자인 ‘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를 최고로 어렵게 만든 문장이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 글을 쓰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글을 쓸 때는 나의 생각에 대해 쓰는 게 나에겐 가장 재미있고 쉬운 일인데, 이걸 제한하라니.
에세이 공부를 끝마치고 에세이 쓰기에 대한 감이 생겼냐 물으신다면 대답은 ‘전혀요’이다. 에세이 클럽 모임 날짜가 다가올수록 부담감은 커져나갔고 그냥 에세이를 여러 권 읽어보자는 심산으로 인터넷 교보문고에 들어가 에세이 종류들을 살펴봤다. 어라? 근데 내가 평소에 많이 읽던 산문집들도 에세이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왜냐하면 그 글들은 모두 본인의 생각, 경험이 아주 잘 드러난 문장의 나열들이니까.
그럼 그렇다고 해서 윤영돈 코치가 알려준 에세이의 정의에 벗어난 게 아니냐고? 한 가지 빼먹은 설명이 있는데 에세이는 아주 좁은 범위의 글이다. 에세이 보다 넓은 범위의 글이 수필이고 수필은 또 산문에 포함된다. ‘율격과 같은 외형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문장으로 쓴 글. 소설, 수필 따위이다’. 네이버에 ‘산문’을 검색하면 뜨는 정의이다. 누군가 내가 쓴 에세이에 “네가 쓴 건 에세이가 아니야.”라고 태클을 건다면 저 설명을 꼭 해주고 말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안심하며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에세이 클럽 준비를 끝내고 지금 이렇게 글을 적어나가고 있다.
나의 모든 처음은 설렘으로 시작해 준비의 과정으로 갈수록 부담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처음을 설레고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어디 흔하겠냐만.
뭐든 시작할 때 그 분야에 대한 파악이 완벽히 끝난 후에 시작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 강하다. 다르게 말하면 처음부터 완벽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는 거다.
그 욕심에는 사람들의 시선도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완벽함이 가져다주는 자기 만족도 있지만 남들에게 멋있어 보이고 싶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크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나를 포함한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가 잘 아는 그 사실도 막상 그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느낌이다. 머릿속에서 사라진 그 사실 때문에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난리를 친다. ‘이러면 어쩌지? 저러면 어쩌지?’라는 온갖 고민을 시작으로 그 일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 후기를 최대한 찾아본다. 그러고 나서도 불안해 그 시작을 회피하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하지만 막상 처음 하는 그 일을 시작해 보면 걱정과는 달리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그간의 고민과 난리들이 무색해질 정도이다. 끝내고 나면 허무함이 들 정도이다.
이런 경험을 살면서 한두 번 한 게 아닌데, 어째서 난 늘 이런 과정의 반복인 걸까. 그래서 늘 처음, 첫 발을 내딛는 걸 어려워 경험하는데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하는 것 같다.
방금도 말했듯이 모든 처음은 막상 경험해 보고 나면 걱정과는 달리 별 게 아니다.
그리고 처음이기에 대단한 결과조차 낼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대단한 결과를 낼 욕심을 버리게 되면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과정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실력이나 능력이 점점 쌓이고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며 한층 성장한 나 자신 또한 발견할 수 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할 시간에 이것저것 겪어보는 게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처음에서 마음을 편안하고 가볍게 먹어야지. 또 한 번 다짐하게 된다.
휘갈겨 놓은 내 생각들을 문장의 나열로 정리하니 어느 정도 마음이 다잡아지는 것 같다. 이 글이 어쩌면 처음이라는 부담감을, 시작부터 완벽하자는 마음을 떨치고 무엇이든 부딪혀보자는 나의 다짐의 첫 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나는 또 고민하고 있다.
아, 첫 문장 뭐라고 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