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단순한 삶을 살았어?

그리하여.. 네 삶에 더 가까워졌어?

by 마차

우린 생각보다 취약한, 인간이라는 생명체였어.


가공 과정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즉, 복잡한 음식을 먹으면? 인간 안에 있는 소화기관들의 일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서, 몸도 마음도 생각도 더 피로해지잖아.


반면에 거의 가공이 되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

소화기관들은 ‘자연’에 가까운 그것들을 훨씬 더 반가운 마음으로

오늘 수월하게 일할 수 있을 정도의 업무 강도로 소화시키지.


이것은 과연.. 인간 안에 있는 소화기관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일까?

그건.. 아닐 거야.


오늘 하루를 정말 기가 막히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훨씬 넘어버린 장대한 계획들 세우고, 그 계획을 버겁게 마주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소화시켜야 할 부담의 마음, 긴장한 자세, 조급한 생각의 양이 늘어나게 되었고,


달달한 무언가, 차가운 무언가, 카페인이 든 무언가, 갑자기 화르륵 땡겨서 정신 차려보니 이미 주문해버린 무언가를 먹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소화시켜야 할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의 양이 늘어나게 되었고,


정신 차려보니 해야 할 일을 거의 하지 못해서, 눈앞에 보이는 집안의 먼지와 택배 박스들은 일단 제쳐두고, 내가 중요하다 생각되는 것들을 먼저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소화시켜야 할 정돈되지 않은 집과 흐트러진 마음의 양이 늘어나게 되었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리면서 유튜브를 시청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소화시켜야 할 시각적, 청각적, 시간적 덩어리의 양이 늘어나게 되었고,


잠들어야 할 늦은 밤, 꼬르륵거리는 온몸의 허기에 못 이겨 나의 감정을 바로 달래줄 수 있는 야식을 먹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소화시켜야 할 죄책의 마음과 몸의 무리가 늘어나게 되었어.


이렇듯 인간의 생각도, 인간의 마음도, 그리하여 인간의 삶도..

복잡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지양하고 있더라.


요즘 나는 나름 단순한 삶을 잘 지속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필요 이상의 것들을 소화시켜야 하는 순간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야.


평소 같았으면 오늘의 하루에 빈틈없이 시간을 꽉꽉 채워 계획을 세웠을 거지만, 요즘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만, 딱 그 정도의 계획만 세우고, 그 계획들을 행동으로 옮겨갈 땐, 에너지가 응축된 몰입과 지금 할 수 있는 나의 최선으로, 다이어리 속 적어둔 글자를 살아 움직이는 글자로 만들려 하고 있어.


그리고.. 나 원래 어느 카페든 갈 때마다, 달달한 미숫가루, 오레오 프라페, 산미 있는 아메리카노, 따뜻한 차.. 이 메뉴가 내 베스트 메뉴들이라서, 그때의 기분과 입속의 메마름에 따라 이 메뉴들 중 하나를 고르곤 하는데.. 요즘엔 거의 대부분,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어. 어느 날은, 오랜만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그 이후로부터 기운이 조금씩 떨어지고, 머리가 좀 지끈거리더라고..? 아메리카노는 칼로리는 거의 없더라도 몸 안에선 받아들이기 버거운, 소화시키기 어려운.. 꽤나 복잡한 음료이긴 하구나 싶었어. 우려되는 것은, 한국인들의 커피 소비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거야.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거든. 또, 내가 주말마다 투썸플레이스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할 때 주문을 받아보면, 7할에서 8할은 커피음료라서, 더 체감하게 되는 것 같아. 이렇듯 우리가 커피를 사랑하고, 집 앞에 나가면 손쉽게 살 수 있는 게 커피라서 하루에 한잔 이상 커피를 마시곤 하는데, 이때 나에게 커피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나는 하루에 얼마 정도의 커피를 마셔야 괜찮은지..를 알고 마시다 보면 조금은 더 현명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오히려 더 맛있게 커피를 즐기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커피 안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독한 성분이라, 맑은 마음과 생각, 그리고 삶을 조금 흐리게 만들 수도 있거든.


이제 방 정리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이전에 난, 내가 생각하는 조금 더 그럴듯한 내 일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겨서.. 집 안에 있는 쓰레기, 택배 박스, 쌓여있는 설거짓거리,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과 먼지를 보고도, ‘이건 나중에 해도 돼. 지금 해야 할 게 있단 말이야’하는 생각으로 본척만척하고 집 밖으로 나와버렸거든. 그러나 이제는.. 내가 중요하다 생각되는 그 일이 있어도, 항상 그걸 최우선으로 두지 않는 나름의 용기를 가지게 되었어. 계산적으로 시간과 체력을 따져가며 살아가기보단, ‘어? 바닥이 좀 더럽네 물티슈로 좀 닦자.’, ‘설거지 빨리해버리고 나가자’, ‘집 앞에 바로 택배 박스 버릴 수 있으니까 나가는 김에 버리자’하는 생각으로.. 방 청소에 대한 큰 부담을 갖지 않으면서도 매일 작게나마 정리 정돈하는 삶을 살게 되었어. 사실 아직 해야 할 청소가 더 많이 남아있긴 해. 화장실 청소, 옷 정리, 책상 정리, 창고 정리 ㅎㅎ.. 이런 것들도, 날 잡고 해야 한다는 현재의 내 마음을 조금 비우고, 매일 조금씩 정리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정돈되고 깔끔해지는 단정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또한, 마음이 혼란스럽고, 그 혼란스러움을 어떻게 단조롭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고, 서툰 그 시기에 난, 방 안에만 틀어박혀서 하염없이 유튜브를 보았어. 그러다 배고프면 배달의 민족 앱으로 땡기는 음식을 주문하는.. 그런 패턴의 반복으로 그 시기를 보냈었어. 낮이나 밤이나 동일했어. 낮은 낮대로 배고프니 먹고, 밤은 밤대로 배고프니 먹었지. 그리고 바로 누워서 유튜브 보고... 다행히 요즘의 시기엔 배달의 민족과 유튜브 앱을 키는 일이 거의 0에 가깝게 줄어들었고, 그래서 덕분에.. 내가 받는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미각적 자극들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어. 장을 봐온 것들로 요리를 해서 볶음밥을 만들어 먹고, 예전에 사다 둔 미역으로 맛있는 미역국을 끓여먹고.. 이렇게 하니까 가성비에다가 건강, 요리를 할 때의 명상 시간, 내가 만들어 먹고 있다는 뿌듯함, 소화기관에 무리가 덜 가는 식사를 얻을 수 있어서.. 흠잡을 곳이 없는 식생활이더라. 몸과 마음에 부담과 무리가 덜어지는 식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저녁과 밤 즈음에 진-한 허기를 느낄 때도? 심호흡 한번 한 뒤.. 내일의 아침을 생각하며, 푹 쉬고 있을 내 소화기관을 생각하며 기꺼이 참아낼 수 있게 되었어. 개인적으로 난, 요즘의 습관들 중 그 무엇보다 이 습관으로 가장 큰 도움을 얻었어. 잠에 들기 최소 4-5시간 전부터 공복을 유지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전과 다르게 죄책감 없이 잘 준비를 할 수 있었고, 나아가 더욱 나를 기운차게 만들어 주었던 것은..? 아침에 일어날 때의 그 개운하고 가벼운 느낌이었어. 날아갈 듯이 가볍고 뿌듯한 마음으로 체중계 위에 올라가 몸무게를 확인해 보면, 어제보다 살짝 빠졌든지, 어제와 동일하든지, 어제보다 살짝 불어있든지.. 이 셋 중 하나인데, 내가 느끼는 내 몸의 상태가 너무나 가벼워서, 어떤 숫자를 마주하든 기분이 좋더라. 덕분에 그 느낌은 어느 것과 바꿀 수 없는 귀한 에너지가 되어 하루의 시작에서 나를 더 가볍게 만들어 오늘 하루의 시간을 어디로든 날아다닐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어.


우린 생각보다 취약한, 인간이라는 생명체였어.

그리고 우린 생각보다 단순한, 인간이라는 생명체였어.


생각보다 아주 미세한 영향으로 우린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었고,

복잡한 것에서 조금만 덜 복잡한 것을 바라볼수록

우린 더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고,

그리하여 단순한 하루들의 축적으로

나의 단순한 가치를,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게 만들어줄 수 있었지.


오늘 너와 나와 우리의 단순함을 향해 따스한 인사를 건네며

너에게, 나에게, 우리에게 단순한 질문을 던져보려 해.


오늘, 단순한 삶을 살았어?

그리하여.. 네 삶에 더 가까워졌어?


[MACHA ver.2407] 중에서




오늘의 글을 쓰며 느낀 감정과 생각의 흐름에 따라..

플레이리스트를 기획해 보았어요 :)

https://youtu.be/vAtC9fiqItU?si=6HI0aiNwhjKOJO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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