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우리는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원하는 게 아닐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
누가 봐도 그녀의 말과 마음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도,
심지어 그녀 자신도 그녀의 속마음과 자신이 내뱉고 있는 말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자신의 ‘진짜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지도, 말을 꺼내지도 않아.
그런데 또.. 나는 이 현상이
한편으로 이해되기도 해.
나도 어느 때엔, 그녀처럼 되기도 하거든.
이 현상을 이해하는 나를 보고,
또 이해가 안 되기도 해.
아무리봐도.. 이건 말이 안 되잖아..?
하.. 나.. 뭐라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많이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어.
.
.
나는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고,
나의 부모님 밑에서 인간으로서 태어나고 싶다고 원했던 것도 아니야.
그냥..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악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촘촘한 확률을 뚫고 나온 한 생명체가 바로 나였지.
인간이라는 생명체로서 나의 의무는..? 사실 없어.
위에서 말했듯, 살아야 할 이유도.. 어렵게 어렵게 생각할 수 있었고,
생각한 그것도 불분명하니까.
‘살아가면서 해나가야 할 의무도 없고
살아갈 이유가 없다..’
이것만큼 Simple한 삶이 있을까? ㅋㅋㅋㅋ
당연한 사실을 그저 쓰고 있을 뿐인데,
왜 쓰면서 해방감이 드는 거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무언가를 해나가야 할 의무감,
살아갈 이유를 애써 찾으려 했던 것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었나 보다.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삶,
그저 오늘을 바라보는 걸로 충분히 멋진 삶,
어쩌면 우린 그런 삶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무엇이 되려고 하는 날들은 생각보다 꽤 많았어.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꽤나 많이 남아있을 거야.
그러나 그 무엇이 되려고 하는 날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었는 줄 알아..?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거...’
괜히 아침 일찍 일어나보려 하고
괜히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해보려 하고
괜히 업무 시작하기 전에 진-하게 워밍업하려 하고
괜히 업무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하루에 대한 보상으로
몸에 이것저것 집어넣으려 하고
.
.
응.. 그 무엇이 되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힘이 많이 들어가는 하루로 만들고 있었더라.
완벽에 집착하고 미숙함에 아쉬워하며
무리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지.
으.. 이 무리한 하루..
보기만 해도 질리지 않니..?
보기만 해도 질리는데, 현장에 있는 나는..?
신물이 났지.. 그 당시 둔한 난 몰랐지만(ㅡㅡ;)
하루를 겨우 버티는 데 이틀은 버티겠어?
어림도 없지.. 결국 그 무엇이 되고 싶은 마음은
나에게 무리한 하루로 다가왔고,
이제 그 하루는 어~쩌다가 한 번 찾아오게 되는 거야.
(하루 그렇게 살면 한 이틀은 방에서 보내게 됐거든 ㅡㅡ;)
그 무엇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를 기깔나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그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 때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더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거였지.
무리한 하루를 보내고 난 그 다음 날,
온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도무지 차오르지 않을 땐..
‘번 아웃인가..? 왜 이렇게 하루가 무섭지..?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또.. 보내야 되네..
아.. 지금은 자신이 없다 더 쉬자’라는 생각을
당연한 생각으로 받아들이며 이 그럴듯한 이유와 명분들로
외출하지 않는 하루들을 쌓아갔어.
‘외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만 보면 크게 나쁠 건 없어 보이지만?
그 뒤에 일어날 연쇄적인 작용을 생각하면...
집콕은 곧 독이었지.. 그 끔찍한 연쇄적인 작용은..
다들 충분히 알거라 생각하고.. 생략할게.
지금 네가 생각하고 있는 딱 그 생활.. 맞아.
.
.
여하튼,
그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데,
그 무엇이 되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시간들은
나도 모르게 힘이 잔뜩 들어가게 되었어.
시간차를 두고 멀~리서 바라봐야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정말 쥐도새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있었더라고?
(힘들어 하던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 많이 안쓰럽기도..)
왜 힘이 들어갔을까..?
왜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까?
.
.
나의 탄생은 내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이왕 태어난 거.. 나의 궁극적인 인생 목표는
‘잘 사는 거’야.
그런데..
‘내가 잘 사는 거’와
‘내가 잘 사는 거라고 평가받는 거’는
참 많이 다르더라고.
잘 살고 있다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 나는 잘 못살고 있다 평가되기도 하고,
잘 못살고 있다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 나는 잘 살고 있다 평가되기도 하니까..
이미 알다시피 난,
둘 중, 전자의 인생을.. 선택하기로 했어.
사실 후자의 삶, 본능적으로 끌리는 삶이거든?
그야..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부터, 조금 먼 사람들,
아예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나의 삶을 꽤 괜찮은 인생이라고 여겨 주니까.
아 근데 글 쓰면서 조금 화가 나는 게..
왜 남의 삶을 그렇게 판단하고 난리야?
(갑자깈ㅋㅋㅋㅋㅋ)
많이 갑자기이긴 한데.. 찐심이야..
급성장을 한 국가라는 점, 유교사상이 엄격하고 뚜렷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현실이 어느 정도 이해되긴 하지만....
아니???? 그래도 이해 안 되는 부분이 훨씬 많아.
어쨌든 그래서..
나도, 내 친구들도, 그리고 나와 직접적인 대화는 나누지 않았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과 고민에 서있는 다른 누군가도,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이 현실에서,
내적, 외적으로 많이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더라.
이 글의 도입부에 적은 그녀도..
사실은 그녀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해도
그녀가 하고 싶지 않은 게 무엇인지는 명확히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 두려운 거지. 잘 살고 있지 않는 것보다,
잘 살고 있지 않다고 평가받는 게 더 무서운 거지.
(사실 어쩔 땐 나도 여전히..)
이 두 갈래의 길을 앞두고는,
“인생 유한해”라는 말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인생 한 번뿐이야”라는 말은
생각보다 빨리 잊혔고,
“네 인생은 네가 아니면 그 누구도 결정할 수 없어”라는 말은
생각보다 하루 이상 가기 힘들었어.
그래서.. 우린 오늘도 힘들고,
오늘 내가 선택한 무언가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무언가일 때도 있더라.
아니, 꽤 많더라..
우리, 잘 살자.
응?
우리, 잘 살아보자.
응?
우리, 잘 살아도 되지?
응?
우리, 잘 살아도 되잖아.
응?
이 말 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오늘도 너에게 함축된 작은 용기를 보내보아.
우리,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