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2405 우리, 잘 살자.

02. 뭘 위해 살아?

by 마차

너에게 붙잡고 한 번 물어보고 싶어.

넌.. 뭘 위해 살아? 왜 살아? 뭐 때문에 살아?

나는.. 막 뚜렷한 이유가 없거든.

그래서 너의 마음이 궁금했어.

도대체 뭘 위해 사는지..

‘뭘 위해 살아?’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져보았을 때,

자연스럽게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할까?’

라는 질문이 바로 떠오르더라고.

생각해보니..

남자친구와 소소한 일상을 보낼 때

마음이 가장 조용한 상태더라?

특별한 곳을 가지 않아도, 특별한 행동과 말을 하지 않아도

그저.. 가벼운 공기 속에서 작은 동네를

편안한 차림으로 같이 거느릴 때,

그때만큼 평화로울 때가 있을까하는 마음이야.

그런데 나.. 이 생각을 하고 나니까

괜히 불안해지는 거 있지.

‘나 얘랑 헤어지면 어떡하지?

지금 당장은 그럴 일이 없겠지만,

중대한 일이든, 사소한일이든 어떤 일로 인해

나와 그가.. 진지하게 헤어짐을 논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서 말이야.

‘이런 불안함이 들 정도로 찐 사랑을 오래도록하고 있구나..’

하며 내 자신에게 엄지척을 들다가도,

다시 현실로 돌아와 생각해보면?

‘아.. 진짜 어떡하지?

그 상황이 오면.. 걔 없이도 나.. 잘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차오르곤 해.

하.. 역시나 정답은 없고 미래는 알 수 없지..!!

근데도.. 어느 순간 ‘혹시’와 ‘만약’의 늪에 빠지게 되면

불안이라는 파도가 나를 덮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게끔 만들더라.

그나마.. 생각보다 내가 상대적으로 불안도가 낮은 사람이라서

현실세계에서 그 불안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성향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밤이 깊어질수록,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미래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수록,

내 삶이 불안정하다고 느낄수록,

지금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집착이 더 커져서..

그만큼 불안도가 커지곤 하더라.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가 어느 미래에,

결혼은 현실이라며 서로 조건이 더 괜찮은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오면 어쩌지?

그때 난.. 어떤 말도 못하고 헤어져 주어야할 것 같은데..

반대로,

내가 정말 잘되어서 여러모로 괜찮은 조건의 결혼상대가 되더라도,

넌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야 된다며,

넌 너와 비슷한, 능력 좋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며

나를 보내버리면 어떡하지? 역시 그때도 난..

어떤 말도 못하고 헤어져 주어야할 것 같은데..

이런 수많은 가정들과 확률들을 계산해보기도 하고,

그때마다 그의 마음은 어떠할까,

그라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 상황에 놓인 그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 시점에 우리 각자의 집안 분위기는 어떻게 될까,

조금의 해결은 되었을까? 하는..

그럴듯한 수많은 추측들을 하곤 해.

안정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땐,

이런 생각들이 참 쓰잘데기 없는 생각처럼 보이는데..

막상 이 생각들을 하고 있는 시점의 난?

그럴듯한, 현실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불안의 마음이 차오르곤 하더라.

그와 현재 나누고 있는 이 끈끈한 관계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지금의 이 관계를 느슨하게도 하고 싶지도 않고,

끊기게는 당연히 하고 싶지 않아서..

되도록 현재를 유지하고, 또 유지하려

더 마음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었어.

그런데... 글을 쓰면서 깨달았어.

그래... 모든 것은 변하잖아....

모든 것은 변하는데, 변하지 않길 바라는 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었지.

무언가를 꽉 붙잡고 싶을수록, 꽉 붙잡고 있을수록

그 무언가는 어느 빈틈으로 더욱더 유유히, 자유로이 사라져 간다는걸..

난 또 잊고 있었네..

내가 좋아하는 어떤 유튜버가 콘텐츠에서 이런 말을 하더라.

두려움과 욕망은 같은 감정이라고.

이 말이 어찌나 공감되고 깊이 와 닿던지..

지금의 내 상황을

명료하고 깔끔하게 해석해주는 문장이었거든.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다이어리,

사실 1월에 출시할 예정이었고, 출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이어리 작업을 할 때마다 불안하고 두려운 거야.

‘내가 여기에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였는데

결과 좋겠지? 그래도 돈도 꽤 벌겠지? 잘 되겠지?

부모님이 어느 정도 내 일을 좋게 봐주시겠지?’

하는 생각들이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머릿속에 가득 차버리니까..

다이어리에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순간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서,

1월에 출시하기로 예정되어있던 것을 다음 주로, 또 그 다음 주로,

그래서 다음 달로, 또 다음 달로 미뤄졌어.

하 근데..

어느덧.. 벌써 6월이다. 하하..

넘어져도 빨리 넘어져야 된다는 거,

너무나 많이 들어온 말인데

왜 내 인생에선 그리 쉽게 적용되지 않는 건지..

가끔은 답답하기도 하지만,

내가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단순히 끈기부족이 아닌 욕망에 의한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어서, 조금 속도를 올려보려고 해.

사실 나..

부모님과 떨어져서 일상을 보내기도 하고,

연락을 하더라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전화하는 거 밖에 없어서.

‘서울에서는 자유다!!!’하고 있는 줄 알았거든?

근데.. 지나왔던 나의 행동들과 생각, 그리고 그 원인들을 파헤쳐보니..

아직 자유로운 마음은 아니었더라. 물리적인 자유로움은 있었지만,

심리적인, 정신적인 자유로움은 아직 미숙한 상태였어.

일상생활이 아닌 나의 일 영역에서는

부모님이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 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더라.

‘내가 만든 다이어리를 누군가에게 판매해서,

그 누군가가 진정한 본인의 성장을 이루는 것’

이것이 나의 초반에 마음가짐이었는데,

어느새..

‘내가 만든 다이어리를 누군가에게 판매해서,

부모님에게 안심시켜드리는 것‘으로 바뀌어 있더라?

이 문장들을 쓰면서 또 깨달아.

‘그래서.. 자꾸 미뤄왔구나.

그래서.. 미뤄질 수밖에 없었구나.’

포장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쓰여있었는데

막상 그 포장지 안에 있는 알맹이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 할 것 같은 일’이었던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그리하여 사랑받고 싶어서.

그런데,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면

정말.. 나는 잘 살아가지 못할 것 같아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두려웠나 봐.

본가에서 나와서 삶을 살아간 지 2년이 다되어가는데,

아직까지 난 내 온전한 마음을 정돈하는 방법이 서툴고,

시행착오를 하고 있는 중이었어.

물리적 독립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독립, 정신적인 독립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배움이 필요하더라.

다행히, 이번 글을 쓰며..

나 자신과 깊은 대화를 하게 되었어.

단순하지만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던 나의 욕망과,

그에 따른 두려움을 새로이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제는 나의 시간을 어떻게 잘 채워가야 할지

조금 더 근본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어.

.

.

하루에 24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잖아?

어떤 날에는

‘이 시간을 어떻게 잘 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어떤 날에는

‘이 시간을 어떻게 잘 채워가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

‘쓰는 것’과 ‘채워가는 것’

이것은 사실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이잖아.

그런데 난 왜 이 두 가지의 단어를

자주 번갈아가며 쓰고 있는 걸까.

하루를 그냥 써버리고 싶은 날과

하루를 최대한 채워가고 싶은 날이

번갈아 찾아오기 때문인 걸까?

.

.

어젯밤, 여느 밤과 다르지 않게

자기 전, 어두운 내방 침대 위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었어.

알고리즘으로 나에게 뜬 플레이리스트가 눈에 띠더라?

감성적인 썸네일, 영상 제목, 분위기가 나를 클릭하게끔 만들더라고.

근데 그거 알지.. 이런 콘텐츠는 영상 자체보다,

영상에 달린 댓글이 눈물버튼인거..

응.. 댓글 보면서 울었어.. ㅋㅋㅋㅋ

댓글에 있는 내용은, 사실 내 상황과는 무관한 사람들의 이야기였어.

대부분 열렬하게 사랑하고 헤어진 그 전 남친/전 여친들의

안녕을 빌어주는 이야기였지.

난.. 제법 안정적으로 오래 연애를 하고 있기도 하고,

이 친구와 가볍게 만나는 게 아닌,

평생을 함께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 관계에 진심이어서, 우리 둘의 관계 종료를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었거든.

그런데.. 왜 난 눈물이 났을까?

음.. 죽어도 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불현듯 그 상황이 찾아와 버린다면,

그리하여 정말.. 서로를 위한 더 좋은 선택이 ‘관계 종료’가 돼버린다면,

나도 댓글을 쓴 그들처럼,

정말 열렬히 사랑했던 그의 안녕을 빌어줄 것 같아서..

그것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눈물이 났어.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그 순간,

중2병 같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면서

또, 중2병 없는 시기와 순간이 있을까 싶어서..

그냥 지금의 감정을 잘 바라봐주자는 생각이 들더라.

이 또한 그를 너무 사랑하기에, 그리하여 너무나 행복한 현재이기에

감당해야하는 무게라 생각하며.

이렇게 그 사람에 환장하는 거 보니 나..

그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 사람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나를

쉽게 인정하고 싶진 않기도 하고..??

뭐야.. 도대체.. (ㅋㅋㅋ ㅡㅡ;)

어쨌든 지금의 난,

아직도 도대체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명확한 답을 구해내진 못했지만

너에게, 또는 나에게 이 글을 쓰며

내 마음을 정돈하다보니.. 아~주 조금의 윤곽은 잡힌 것 같긴 해.

.

.

나는 사랑을 위해 살아가고 있었더라.

그리고 그 사랑 안에는.. 수많은 사랑이 있었지.

크게 둘로 나눠보자면?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사람과의 사랑,

내가 선택할 수 없었지만

태어나 보니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사랑이었는데..

그 두 개의 사랑 안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랑의 유형이 있었지.

관계마다, ‘사랑의 세기’가 전부 다르니까.

이 사람이 없어지면 숨이 안 쉬어질 것 같은 사랑,

이 사람이 없어지면 꽤 자주 생각날 것 같은 사랑,

이 사람이 없어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은 사랑,

이 사람이 없어지면 아쉽지만 나름 괜찮을 것 같은 사랑,

이 사람이 없어지나 안 없어지나 상관없는 사랑 등등..

사랑은, 사랑의 세기에 따라

애틋하면서도 잔인하게 나누어지고 있었어.

이렇게 나눠보니, 나에게 물어보게 되네.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 거야?”

재미없는 답변이지만 솔직하게 말할게..

“모든 사랑이.. 적절히 섞여있으면 좋겠는데...?”

이 사람이 없어지면 숨이 안 쉬어질 것 같은 사랑만 있으면

내 삶이 너무 위태로워질 테고,

이 사람이 없어지면 꽤 자주 생각날 것 같은 사랑만 있으면

내 삶이 너무 허무해질 테고,

이 사람이 없어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은 사랑만 있으면

내 삶이 너무 재미 없어질 테고,

이 사람이 없어지면 아쉽지만 나름 괜찮을 것 같은 사랑만 있으면

내 삶이 너무 의미 없어질 테고,

이 사람이 없어지나 안 없어지나 상관없는 사랑만 있으면

내 삶이 없는 것과 같으니까..

응.. 그래서 적절히 섞여있으면 좋겠어.

사실 어느 날에는 이런 생각이 들곤 해.

‘아.. 남자친구가 너무 좋은데..

서로, 둘밖에 없는 사이가 되면 얼마나 로맨틱할까?’

그런데.. 이 글을 정리하며 다시 생각해보니,

그 로맨틱만큼 위태로운 로맨틱은 없겠더라..

서로밖에 없는 사랑만 있는 삶,

첫 날엔 짜릿하긴 하겠지만, 한 달 뒤, 1년 뒤가 된다면?

오히려 우린.. 멀어질 것 같거든.

사랑에 대해 이렇게 깊게,

또 진지하게 글을 쓰는 거보니..

나, 많이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나 보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

사랑을 위해 살고 있나보다.

사랑에 대한 글,

오글거려서 되도록 짧게 쓰고 싶었지만,

내 진심은.. 키보드 위해서 춤추고 있는 손가락을

멈추지 못하게 하더라. 하하..

사실 뭐.. 오글거릴게 뭐가 있나 싶기도 해.

“LOVE IS ALL”이라는 문구가 이곳저곳에서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전해지는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하고 싶어 하고,

사랑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 했으니까.

사랑에 대한 주제의 글을 마무리하며..

글의 도입부에 너에게 던졌던 질문을

다시 한번 더 던져보고 싶어.

너는, 뭘 위해 살아?

작가의 이전글ver.2405 우리,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