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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Jan 20. 2024

상대방의 표현을 알아가는 것 epi.3

이별일지

지금 봐도 꽤나 낭만적인 일기를 쓰곤 했던 중2병을 앓던 시절

게리 채프먼 작가의 '사랑의 5가지 언어'라는 책을 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마다 고유한 사랑의 언어가 있으며,

크게 5가지로 나뉜다는 전제하에

나의 언어는 물론이고 내가 사랑하는 이의

사랑의 언어를 알아야 감정을 소통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당시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기보단

마치 심리테스트처럼 '나의 사랑의 언어'를

가볍게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 시절의 내가 느끼는 애정표현 1순위는

'인정하는 말'이었다.




책 속에서 말하는 사랑의 5가지 언어란 이렇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


30대 초반이 된 나와 30대 후반의 그의

사랑의 언어는 무엇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약 1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나의 사랑의 언어는

스킨십,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순이였다.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테스트해 보니 별안간 인정하는 말이 1순위인 보니

인정해 주는 말과 함께 포옹 정도의 스킨십이라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여전히 나는 나의 모습과 행동을

사랑하는 이의 말속에 투영된 내 모습을

애정이라 느끼고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안고 만질 수 있는

스킨십이 중요한 사랑의 표현이 되었다.




Episode 3. 상대방의 표현을 알아가는 것


그에게 테스트를 부탁했다.

함께하는 시간이 1순위일 거라 확신하며

2,3순위로 인정하는 말이나

스킨십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


그와 나의 5가지 표현 방법의 순서는 정확히 일치했다.

심지어 각 결과의 비중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였다'라는 표현은

그와 나의 표현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느낀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우리의 차이는

생각과 견해의 차이였을 뿐,

표현의 주된 요소는 다르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생각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우선순위쓱 훑어봐도

다르다는 것을 쉽게 느낄 있다.


다르다에 집중하다 보면

교집합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금세 지치거나 감정 소모로 힘들어하기도 한다.


반대로 비슷한 점들이나

같은 방향을 바라는 점들에 집중하다 보면

생각보다 나와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내가 조금만 이해했다면,

내가 조금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상대방의 표현을 알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서로의 접점과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선을 찾아

표시해 두어야 잊지 않을 수 있다.


전공 서적 한 권조차

중요한 부분들에 표시해 두고

별도의 필기노트에 따로 정리해 두어도

시간이 지나거나 자주 들여다보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사람이라고 오죽할까.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론

모든 것이 괜찮지는 않은 것이 연애이기에


관계를 오래 (행복하게) 유지하려면

나의 와 상대방의 사랑이 무엇인지

마음과 머리로 이해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그를 들여다보며 하이라이트를 꺼내 들었다.


22.07. 어느 날? 왜 이 날은 날짜와 시간을 적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집에서도 복습, 예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학생이라고 해서 전교 1등을 할 거란 보장은 없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하이라이트를 남발하며

정작 정말 중요한 것은 무인지 모르고 시험을 보면

희미하게 떠오르긴 하더라도

명확한 답이 아닐 수 있다.


혼자 유추하고 가장 그럴 듯 한 번호를 찍으면

운 좋게 맞아떨어질 수 있지만

실은 그냥 모르는 것이다.




차마 당신의 옷깃에 선을 그을 수 없어

종종걸음으로 주변을 살피며 표시해 놓았다 해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있다는 그럴싸한 핑계에 불과하다.


눈과 눈이 마주쳐야

진정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고

박수조차 타이밍 좋게 손바닥이 맞닿아야 한다.


답은 내게 있지 않고

내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상대방에게 있다.


주고받는 사랑이 아니라

어쩌면 투수가 아닌

기계의 일방적인 배팅볼일지도 모른다.


앞으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당신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향한

하이라이트 펜은 내려놓고

그저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맞잡고 직접 묻기로 했다.


24.01.20 3:1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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