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fall

by 헬렌켈러



내게도
하늘이 무너진 적이 있다.

천둥은 없었다.
비도 없었다.
그저
오래전부터 금이 가 있던 하늘이
조용히,
아주 조용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았을 뿐이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이 균열이
언젠가는 끝까지 갈 거라는 걸.

그런데도 붙잡고 있었다.
손을 놓으면
관계가 아니라
내가 먼저 떨어질 것 같아서.

그날의 공기는 아직도 기억난다.
짧은 침묵.
숨이 서로 어긋나던 몇 초.
그리고
한 문장이 떨어졌다.

툭.

그 소리는 작았는데
내 안에서는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심장이 한 박자 비워졌고
귀 안쪽이 먹먹해졌고
세상이 유리막 하나를 사이에 둔 것처럼
멀어졌다.
나는 그 사람의 입술을 보고 있었지만
소리는 반쯤만 들렸다.

아,
이제 끝이구나.

그 문장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 한가운데에서 터졌다.

눈물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대신
목 안이 뜨겁게 말라붙었고
삼키지 못한 숨이
가슴에 박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울면
붙잡을 것 같았다.
붙잡으면
또 나를 포기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울지 않았다.

“괜찮아.”

그 말이
목을 긁으며 나왔다.
피가 나는 느낌으로.

괜찮지 않았는데.
그 순간 나는
두 가지를 동시에 보고 있었다.

떠나려는 사람의 눈과
무너지고 있는 나.

그리고 알았다.
내가 두려웠던 건
이별이 아니라
또다시
나를 뒤로 밀어내는 일이었다는 걸.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고,
이해하는 사람으로 남으려고,
끝까지 침착한 척하다가
또 나를 지워버리는 일.

나는 예전에도 그렇게 무너졌다.
상대를 붙잡기 위해
나를 내려놓는 방식으로.

그래서 이번엔
눈을 감지 않았다.

심장이 찢어지는 느낌을
끝까지 느꼈다.
도망치지 않았다.
통증을 마취하지 않았다.
그 고통을
내 몸 안에 그대로 두었다.

눈물이
그제야 천천히 차올랐다.

소리 없이,
한 방울이
턱 아래로 떨어졌다.
아무도 모르게.

그게
내가 허락한 전부였다.

하늘은 떨어졌다.
관계는 끝났고
기대는 부서졌고
내 안의 무언가 완전히 주저앉았다.

그런데도
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손을 쥐어보니
심장은 아직 뛰고 있었고
숨은 느렸지만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 앉은 채
나를 끌어안았다.
이번에는
놓지 않겠다고.

나는
떨어지면서도
눈을 뜨고 있었다.

나는
떨어지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닿을 때까지
같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안에서 말하면서.

하늘이 무너질 때

진짜 무서운 건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놓치는 순간이라는 걸
그날, 처음으로 알았다.



그래서 이제는 말한다.
무너지면
같이 서 있자.

아무도 없다면
적어도
나와는 같이 서 있자.

하늘은 또 무너질지도 모른다.
사람은 또 떠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번에는
나는 안다.

울더라도
떨어지더라도
나는
나를 놓지 않는다.

그게
내가 끝내 지켜낸
유일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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