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상황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by 헬렌켈러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화가 막히는 순간이 있다.

같은 말을 했는데
어떤 날은 대화가 풀리고,
어떤 날은
갑자기 공기가 굳는다.
말은 이어지지만
마음은 이미 닫혀 있다.

예전의 나는
그 순간을 이해하지 못했다.
생각이 달라서 그런 줄 알았고,
논리가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설명했고,
조금 더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설명을 할수록
사람은 더 단단해졌다.

그때는 몰랐다.
사람은
틀린 말을 들었을 때보다
이해받지 못했다고 느낄 때
더 빨리 마음을 닫는다는 것을.

그래서 대화는
생각의 교환이 아니라
자기 자리를 지키는 싸움이 된다.

그걸 알게 된 뒤로
나는 대화를 할 때
조금 다른 문장을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그 상황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이 문장은
대단한 말이 아니다.
상대를 설득하는 말도 아니고,
누가 맞는지를 결정하는 말도 아니다.

다만
상대의 마음이
그 자리까지 오게 된
길을 잠시 인정해 주는 말이다.

공감은
상대의 생각에 동의하는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느낀 감정이
왜 생겼는지를
잠깐 이해해 보는 일이다.

사람은
자신이 이해받았다고 느끼는 순간
이상하게도
조금 더 솔직해진다.

처음에는 단단하게 지키던 이야기들이
조금씩 풀리고
그 안에서
진짜 이유가 나타난다.

그래서 공감은
대화를 끝내는 기술이 아니라
대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기술에 가깝다.

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논리가 아니라 이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요즘 대화를 할 때
이 문장을 먼저 떠올린다.

“그 상황이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그 말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조금 느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그 느슨해진 자리에서
사람은
처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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