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사람

by 헬렌켈러


나는 한때

내가 뒤틀린 사람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그저 이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내가 조금 예민한 것뿐이라고.

사람들이 너무 단순한 것뿐이라고.


나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꽤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마음과 다른 말을 했던 순간도

나는 그것을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상황을 부드럽게 넘기기 위한 말이라고,

괜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어른스러운 태도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래도록

내가 뒤틀려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뒤틀린 사람의 특징은

자신이 뒤틀렸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마음과 말이 어긋나고,

가까워지고 싶으면서 밀어내고,

상처받기 싫어서 먼저 돌아서면서도

그 모든 행동을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평생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관계가 반복해서 어긋나도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떠나가도

사람들이 깊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혼자가 되어도

세상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신이 뒤틀려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마주하지 않은 채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나는

조금 늦게 그 사실을 보았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장면 하나였다.

내 마음은

분명히 서운했는데

내 입에서는

“괜찮아”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 말을 하고 있는

내 목소리를

나는 이상하게 듣고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내 입을 빌려 말하는 것처럼.


그 순간

처음으로

아주 작은 질문 하나가 생겼다.


왜 나는

마음과 다른 말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하고 있을까.

그 질문은

생각보다 오래

나를 따라다녔다.

어떤 날에는

거울처럼 나타났고,

어떤 날에는

피하려고 할수록

뒤에서 조용히 따라왔다.


그리고

그 질문을

몇 번 더 반복하다 보니

나는

조금 불편한 사실 하나를

보게 되었다.


내가

솔직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 마음이

어딘가에서

뒤틀려 있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처음 인정하는 순간은

생각보다 아프다.


사람은

세상이 자신을 힘들게 했다는 이야기에는 익숙하지만

자신이 자기 삶을

조금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 문 앞에서 돌아서기도 한다.

그 문을 열면

자신이 알고 있던

자기 얼굴이

조금 달라 보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문을 한 번 통과하면

이상하게도

조금 다른 일이 생긴다.


사람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정확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가끔

이렇게 생각한다.


사람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더 똑똑해지는 일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어디가 뒤틀려 있었는지

조용히 알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그 사실을

남에게 말하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게 인정하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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