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말투

by 헬렌켈러

사람은

하루아침에 그런 사람이 되지 않는다.


어떤 말투도, 어떤 태도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그것들은

오래된 습관처럼

조용히 쌓인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장면이다.

누군가에게

조금 거칠게 말한다.

상대의 표정이

잠깐 굳는다.

하지만 그는

그 장면을 오래 붙잡지 않는다.

“내가 틀린 말 했나.”

“이 정도는 원래 있는 거지.”

그날은 그렇게 지나간다.


그리고 또 다른 날이 온다.

누군가에게

비슷한 말투로 말한다.

누군가는 참는다.

누군가는 그냥 넘어간다.

세상은

대부분 그렇게 굴러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하나를 배운다.

이 정도는 괜찮다.


사람이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을 때

변화는 멈추지만

습관은 멈추지 않는다.

말투는 조금 더 거칠어지고

표정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조금 더 단순해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공감이다.


공감은

잠깐 멈추는 능력이다.

“저 사람은 어떻게 느낄까.”

그 질문이

사람의 행동을

조금 부드럽게 만든다.


하지만

그 질문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사람은 점점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다음에 사라지는 것은

자기 인식이다.

자기 인식은

거울과 닮아 있다.

사람은 때때로

자기 모습을 밖에서 보아야

자기를 이해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거울을 점점 보지 않게 된다.

누군가 불편한 표정을 지어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누군가 거리를 두어도

그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하나의 착각 속에서 살게 된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착각.


그 착각은

나쁜 의도에서 생기지 않는다.

다만

자신을 오래 바라본 적이 없어서

조용히 만들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일흔이 되어도

자기 말투를 모른다.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표정을 모르고

자기 말이 어떤 무게로 들리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여전히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며

세상을 대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조용히 사라진 것들이 있다.

멀어진 사람들,

짧아진 대화,

조금씩 줄어든 관계들.


그 사람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때때로

사람을 오래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의 나이는

시간이 만든 것이지만

사람의 품격은

시간이 만드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어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그대로 남는다.


그 차이는

아주 작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내가 틀릴 수도 있을까.”


그 질문을

사람은 평생

몇 번이나 했을까.


어쩌면

사람의 일흔은

그 질문이

얼마나 오래 이어졌는지에 따라

조용히 달라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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