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마늘장아찌를 직접 담기로 했다.
첫 문장만 썼는데도 벌써 슬프다.
한동안 슬플 예정이다.
올해로 살림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피클조차 만든 적 없는 내가 마늘장아찌에 도전했다가 너덜너덜해졌다.
전에도 만들어볼까 싶어서 괜히 마늘의 제철 시기만 알아보다가 끝나곤 했다.
그러다 의지를 내어 레시피를 찾아봤다. (의지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간장, 설탕, 식초, 다시마물을 1:1:1:1로 섞기만 하면 끝이다.
과학 실험 같다.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깐마늘을 3 봉지 샀다. (마늘을 안 샀어야 했다)
씻어서 한데 모아놓은 마늘이 많아 보이는 느낌적인 느낌.
양념을 2배로 늘렸다.
간장과 식초를 한 통씩 다 썼고 설탕도 한 봉지 털었다.
그랬더니 양념이 너무 많이 남았다.
마침 친정엄마도 마늘장아찌를 담는다 해서 양념을 드리기로 했다.
세 병에 양념을 나눠 담고 종이가방에 넣었다.
손에 들고 가면 병이 흔들릴까 봐 안았는데 아파트를 나서는 그때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병이 새는 건지 뚜껑을 덜 닫은 건지ㅜㅜㅜㅜ
양념이 좔좔 새서 입고 있던 코트, 니트, 어그부츠에 지도가 그려진 거다.
길에서 으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새해맞이 액땜을 한 것인가.
니트는 어찌어찌 손세탁으로 무마했지만
코트와 어그부츠는 세탁소에 맡기는 수밖에ㅜㅜ
세탁비로 43,500원을 계산했다.
마늘장아찌 사 먹기 비싸서 담았다가 이게 무슨 일이야.
장아찌 만들기 쉬워 보였는데 쉬운 요리가 아니었다.
아아아아아아아 속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