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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장아찌가 내게 남긴 43,500원

by 공글이 Jan 06. 2025

큰애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마늘장아찌를 직접 담기로 했다. 

첫 문장만 썼는데도 벌써 슬프다.

한동안 슬플 예정이다. 


올해로 살림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피클조차 만든 적 없는 내가 마늘장아찌에 도전했다가 너덜너덜해졌다.

전에도 만들어볼까 싶어서 괜히 마늘의 제철 시기만 알아보다가 끝나곤 했다.

그러다 의지를 내어 레시피를 찾아봤다. (의지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간장, 설탕, 식초, 다시마물을 1:1:1:1로 섞기만 하면 끝이다. 

과학 실험 같다.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깐마늘을 3 봉지 샀다. (마늘을 샀어야 했다) 

씻어서 한데 모아놓은 마늘이 많아 보이는 느낌적인 느낌.

양념을 2배로 늘렸다.

간장과 식초를 한 통씩 다 썼고 설탕도 한 봉지 털었다. 

그랬더니 양념이 너무 많이 남았다. 

마침 친정엄마도 마늘장아찌를 담는다 해서 양념을 드리기로 했다. 

세 병에 양념을 나눠 담고 종이가방에 넣었다. 

손에 들고 가면 병이 흔들릴까 봐 안았는데 아파트를 나서는 그때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병이 새는 건지 뚜껑을 덜 닫은 건지ㅜㅜㅜㅜ 

양념이 좔좔 새서 입고 있던 코트, 니트, 어그부츠에 지도가 그려진 거다.

길에서 으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새해맞이 액땜을 한 것인가. 

니트는 어찌어찌 손세탁으로 무마했지만 

코트와 어그부츠는 세탁소에 맡기는 수밖에ㅜㅜ 

세탁비로 43,500원을 계산했다.

마늘장아찌 사 먹기 비싸서 담았다가 이게 무슨 일이야. 

장아찌 만들기 쉬워 보였는데 쉬운 요리가 아니었다.


아아아아아아아 속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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