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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설거지도 다 하니까

by 공글이

"박사과정 끝나고 최종 목표가 뭐예요?"


종종 듣는 질문이다.

나는 내담자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 박사과정에 들어섰다.

전문성을 갖추려고.


교수님들을 보면 전문가를 영접한 기분이다.

교수님은 어떻게 저기까지 갔을까? (마치 그리스 아테네 어디쯤에 서 계신 것 같다)

딱! 딱! 딱! 듣고 싶다.

"수련은 이렇게 준비하시고, 필기는 이렇게, 면접은 이렇게..."


최근 상담 수업에서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교수님의 대답을 들었다.

"얼마 나요? 10년이면 되나요?"

답답해하는 내 반문에 교수님이 웃어 넘기셨다.


다음날, 교수님의 박사학위 논문을 찾아봤다.

감사의 글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박사를 졸업하기까지 9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교수님도 전문가가 되기까지 9년이 걸리셨구나.


유난히 설거지가 많았던 날,

고무장갑을 끼며 생각했다.

'많기도 많네. 이 많은 걸 언제 다 하나'

언제나처럼 나는 설거지를 다 끝냈다.


수북이 쌓여있고 기름기 섞인 설거지도 하다 보면 끝이 나는 것처럼

공부와 수련도 그렇겠구나.


용기가 난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

그냥 하신 말씀이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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