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가는 길

제7화 다시 찾아온 암.. 그리고 원인을 찾고 찾는 나..

by 나비진

"(모니터만 계속 보면서)....... 하아...."


두 번째 정기검진 결과를 들으러 갔다. 모니터를 보며 한숨을 쉬는 의사를 보며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는 폐에 1센티 정도의 결절이 있고 이것은 6개월 검진 때도 보였던 결절이 커진 것이라 말했다. 정말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6개월 전에 의사는 방사선 하면 폐에 염증 작은 거는 잘 생긴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었다. 그런데 림프절 전이도 아니고 갑자리 폐라니.. 완전 다른 장기로의 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절망적이었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났다.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지가 아니라 왜?라는 질문부터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직접 해보며 나답게 산다고 생각하며 1년을 보냈다. 뭐가 문제였지? 왜 전이가 되었을까? 스스로 지난 삶을 반추하기 시작했다. 나답게 산다고 생각했지만 전이와 재발의 불안감 그로 인한 조급함 또한 항상 가득 안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전이 말을 들었을 때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이 아닐까.. 또한 그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운동에 매달렸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매일 산에 갔고 근력운동을 했다. 근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계속하다 보니 1대 1 PT를 받아야겠다는 마음으로까지 갔다. 그렇다고 등산을 포기할 수 없었다. 등산을 하고 와서 또 PT를 받으며 근력운동을 했고 그러고 집에 돌아오면 널브러져 있었다. 30킬로 되는 바를 들고 스쾃를 하는 등 고강도 운동을 계속했다. 그렇게 해야만 근력이 생기고 안 아플 것 같았지만 사실 나를 혹사시키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너무 피곤했는데 고강도 운동 때문인지는 모르고 피곤하니 걱정되고 걱정되니 더 운동하고.. 이 악순환을 3개월을 한 것 같았다. 고강도 운동으로 몸이 힘들어서 전이가 온 것일까?


아니면 고기를 먹어서? 비건을 한답시고 콩고기 등 가공식품을 많이 먹어서일까? 남편은 내가 계란이나 생선을 먹을 때마다 말했다. 삼중음성은 멸치대가리도 안 먹는다는데 그렇게 먹어야지만 낫는다는데 이렇게 막 먹어도 되냐고 비난했었다. 그때 나는 나름 고기를 덜 먹으려고 노력하고 최대한 생선 위주로 먹으려고 노력한다며 반박했다. 내 마음대로 내가 생각하는 대로 먹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전이가 된 것이다.


아니면 시댁에 대한 분노와 원망을 내려놓지 못해서일까? 내가 아픈 와중에도 용돈을 운운하시는 시어머니에 대한 원망 했다. 돈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 때문일까?


지나간 일을 반추하며 계속해서 원인을 찾고 있었고 원인이라고 찾을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원망했다. 왜 그렇게 운동을 했어,, 왜 가공식품을 먹었어.. 왜 너는 내려놓지를 못하니.. 등등 그러다가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 거야 라며 나를 둘러싼 모든 비관적인 상황에 원망이 갔다. 계속 원인을 찾다 보니 모든 일에 의욕이 없고 누워만 있었고 우울감이 느껴졌다.


인과적 추론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통제하는 것이다. 각각의 일이 발생한 원인을 파악하면 안 좋은 결과가 되풀이되는 상황을 피하고 좋은 결과는 반복되게끔 노력할 수 있다. <싱킹 101> p143


원인을 계속 생각하는 이유가 이 상황을 내가 통제하고 싶어서였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일어난 일은 통제할 수 없지만 원인을 찾아 그것을 바꾸면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며 나의 불안을 조금 낮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4기 진단은 너무도 큰 일이었다. 나의 통제 밖의 일이었고 원인을 생각한다 해도 불안을 낮출 수 없었다. 답이 없는 질문에 계속해서 답을 찾으려고 하고 계속해서 생각만 하다 보니 우울로 가고 있었다.


왜?라는 질문을 계속하다가 자연스럽게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으로 넘어갔다. 폐에 전이가 되면 4기가 되어 버리는데.. 그럼 나는 얼마나 살 수 있을까? 1년? 6개월? 그럼 항암은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인데.. 아.. 죽어도 항암은 하기 싫은데.. 근데 항암 안 하면 암이 확 퍼져서 바로 죽을 수도 있는데? 항암 하면 그럼 암이 안 생기나? 각종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웠다. 지금까지 그래도 1기니까 1기 유방암 생존율은 95프로이니까.. 설마 내가 5프로 안에 들어가겠어?라는 마음으로 버텼는데 내가 그 5프로 안에 들어간 것이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다


이때 나의 감정 또한 널을 뛰었다. 죽음을 앞두었다는 생각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고, 어떤 날엔 화가 계속 나기도 했다. 남편의 한마디 말에도, 아이가 내 말을 안 들어도 화가 났다. 그러다 다음 날엔 의지를 불태웠다. 내가 열심히 해야지 아이가 클 때까지 내가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운동하고 채소 과일을 씻었다. 어떤 날엔 오늘 하루 즐겁게 살자 라는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이렇게 널뛰는 감정들을 바라보며 내려놓음이란 단어가 참 많이 떠올랐다. 내려놓고 싶다. 내려놓고 싶다. 그런데 내려놓음이 뭐지? 어떻게 하는 거지? 내려놓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내려놓을 수 없었던 시기였다.


인간은 결코 왜라는 질문에 확답을 찾아낼 수 없다. 우리 딴에는 정답을 찾았다고 생각할 때조차 우리가 찾은 건 정답이 아니다. 사실상 우리가 찾은 것은 우리가 훗날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동일한 결과를 얻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또는 다른 결과를 얻고 싶다면 무엇을 피해야 할지에 대한 최선을 대답일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난 이유, 특히 일어지 않기를 바랐던 일이 일어난 이유를 찾아내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나면 한결 수월하게 한걸음 물러나 다른 관점을 취할 수 있다.

<싱킹 101> p152~153


내가 이 책을 그 당시에 봤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은 한다. 확답을 찾을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것.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정답일까라는 생각.. 암은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온 것이 아니라 그냥 우연찮게 그냥 나에게 온 것.. 그렇게 생각했다면 내려놓기가 조금은 되지 않았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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