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가는 길

제6화 나답게 사는 것?

by 나비진

“수련과 꽃잎에 좀 더 밝은 색을 덧칠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마치는 시간 10분 전에 모두들 붓을 씻고 정리를 하지만 혼자 붓을 놓지 못하는 나를 보며 선생님께서 조언을 한다.

“잠깐 나와보세요”

내가 색칠하는 것을 지켜보던 선생님은 나의 그림 앞에 앉아 손을 봐주신다. 선생님의 섬세한 손길에 수련이 생기 있게 피어나고 있었다.



수술을 하고 항암을 하면서 ‘왜 이 병이 나에게 오게 되었을까’를 수없이 생각했다. “암은 원래 자신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이다.”라는 칼 사이먼트의 글을 보고 ‘원래 자신’이 무엇인지 나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난 어떤 사람인지,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어떠한 삶을 살고자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 일을 처리해 나가며 앞만 보며 살아왔다. 나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 없이 그냥 경주마처럼 달렸던 것 같다.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인가 나다움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가 힘들었다. 난 꼼꼼하기도 하지만 대충대충 하는 성향이기도 하고 목표지향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달려 나가기도 하지만 그냥 계속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 다소 불편하지만 상황에 맞게 나를 포장하는 순간, 상대에 따라 새로운 나를 보여주는 순간 등 모든 순간의 내 모습 역시 나이기 때문이다. 여러 모습의 나, 그것이 모두 나임을 인정하는 일이 나답게 사는 길로 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p14~15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한 가지로 규정하는 것이 나다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책에서는 여러 모습의 나를 인정하는 일이 나답게 사는 길의 첫걸음이라 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꼼꼼한 내 모습이 좋아서 대충대충 하는 성향의 모습이 보이면 스스로를 비난했다.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목표를 달성하는 내가 좋았기에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나를 비난했다. 꼼꼼하고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사는 나만 수용하고 다른 나는 수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항암과 방사를 할 때도 하루를 운동, 책 읽기 등 만족스럽게 보낸 날엔 스스로를 칭찬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날엔 엄청 비난하며 채찍질했던 것이다. 꼼꼼한 나도 나고, 대충 하는 나도 나며, 열심히 사는 나도 나고, 널브러져 있는 나도 나다. 그 모든 나를 인정해 주고 수용해 주는 것 그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하고 인정해 주는 것.. 그것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고 나답게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을 하나씩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난 자존감을 다른 말로 '나다움'이라 말하겠다. 나답게 살아가는 것, 언뜻 추상적 일지 몰라도 이보다 더 확실한 표현은 없다.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p173


자존감은 타인의 인정이나 칭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말한다. 내가 나를 존중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물음을 멈추지 않으며,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을 하나씩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나다움을 찾기 위해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에게 취미생활은 있었나? 나는 무엇을 할 때 정말 행복할까? 나는 무엇을 할 때, 어떤 말을 들을 때 싫은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에게 하지 않았던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나답게 살기 위한 첫걸음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로 결심했고 내가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 학창 시절의 기억까지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다. 고등학교 때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그림판에 바다 위 홀로 떠있는 배를 그리고 유화 물감으로 채우면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마지막 방사 치료가 끝나고 한 달 뒤 백화점 문화센터 유화 강좌를 끊었다. 가발을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빠지지 않고 가서 그림을 그렸다. 드디어 내가 그린 수련 작품을 가지게 되었고 뿌듯함이 밀려온다. 이 색 저 색을 섞으며 생동감 있는 색을 만드는 과정이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고민과 생각 걱정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삶을 살았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 지금의 삶에 집중하며 하루하루 행복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진 채 살고 싶다. 유화를 등록함으로써 그 첫걸음을 떼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고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실행하면서 행복하고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오늘도 나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진아.. 너는 지금 이 순간 편안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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