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마더>, <패러들 마더스> 영화가 하늘에 떠 있는 내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어폰을 벗고 자다 깨다 먹기를 반복해도 14시간을 채우려면 한 편의 영화를 더 봐야 착륙할 것 같아 클래식음악 영화의 진수 <크레셴도>를 보기로 했다.
공항마다 각기 다른 특유의 냄새가 있다. 바르셀로나 공항은 향수 냄새라고 할까? 아니면 탬버린즈의 버가샌달 핸드크림향 같다고 할까? 암튼 싫지 않은 냄새를 맡으며 스페인의 속살을 헤집고 나는 거대한 이베리아 반도의 위장 속으로 딸과 함께 들어갔다.
다음날 새벽 호텔에서 도시락을 챙겨 비행기로 1시간을 날아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붉은 성'을 뜻하는 알함브라 궁전은 이슬람 세력이 스페인 남부를 지배하던 13세기 그라나다에 지어진 무어양식의 결정체다.
알카사바 요새, 나사리궁전, 헤네랄리페 정원, 르네상스 건축물인 카롤로스 5세 궁전을 빼앗기고 북아프리카로 가야만 했던 나르스 왕족은 ‘영토를 빼앗기는 것보다 이 궁전을 떠나는 게 더 슬프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슬람과 가톨릭 문화가 공존하는 아라베스크 무늬가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광장에 서니 집시들이 연주하는 '타레가'의 기타 소리가 더 슬프게 들렸다.
집시들이 사는 마을에 들러 점심으로 먹은 올리브유를 곁들인 샐러드와 홍합탕, 대구 튀김을 너무 맛있게 먹어 현지인 싱크로율 100%란 소리를 들었다.
이번 여행에선 지난 학기에 교양으로 들었던 <세계음식 문화산책>중 스페인에 관한 음식을 찾아 먹기로 작정을 했다. 그래서 우선 하몽과 샹그리아로 입가심을 하고 그라나다의 꽃 알함브라궁전 야경 투어를 위해 비탈진 언덕을 올라가는데 발바닥이 달려가는 버스를 부러워하며 심한 투정을 부렸다.
야경 투어를 마치고 노천 맛집에서 가지튀김 혹은 하몽을 안주로 시키면 샹그리아 맥주가 공짜라는 말에 <감바스 알 하이요>를 추가하며 지갑은 닫고 벨트의 칸을 늘렸다.
9시가 넘어야 해가 지는 스페인은 하루에 5끼를 먹는다며 매 끼니마다 맥주를 마시며 낮에도 먹고 노는 분위기다. (지천에 깔린 올리브 나무만 믿고 마시는 것 같아 살짝 부럽기도 했다.ㅎ)
취한 그라나다 성 불빛이 우리를 무어인들 가게로 안내했다. 술탄 모자, 아랍풍의 앞치마, 원피스, 엑세서리가 이색적인 분위기로 유혹해 딸은 기하학적 무늬 원피스를 나는 페이즐리 문향의 실크 블라우스를 30유로에 샀다.
호텔에서 입어보니 현지분위기랑 잘 맞아 하이파이브로 합의하고 다음날 바로 입기로 했다.
헤밍웨이가 사랑한 론다와 누에보 다리. 그리고 작은 성당
그라나다에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안달루시아의 꽃 <론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해발 780m 고지대에 세워진 절벽 도시는 투우의 고장답게 누에보 다리엔 빨간 천들이 관광객들에게 손 인사를 건넸다.
경치가 아름다운이곳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집필한 헤밍웨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