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경 May 23. 2022

생활의 향기

사랑할 권리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 19 집단감염 확진자들로 인해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그로 인해 성 정체성과 성 지향적인 것에 대해 숨기며 살아가던 이들은 더욱더 자신만의 동굴 속으로 숨어들었다.

 한국사회가 여러 측면에서 다원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성에 관한 문화나 언급에 관해서는 여전히 억압하고 있다 보니 그런 일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동성애는 정신병 목록에서 제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정상인'으로 낙인이 찍혀 있다. 그래서 동성애자들은 성적 욕망은 고사하고 자신에 대해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 채 꼭꼭 숨기고 살아가야만 한다. 그로 인해 불안이나 우울, 자살과 같은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성 정체성의 억압과 정신건강-동성애(성소수자)를 중심으로」 참조)

 하지만 그 누구도 타인의 사랑에 대해 규제하거나 질타할 자격은 없다. 사랑은 그 어떤 것이든 귀하고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생명을 부여받는 그 순간부터 사랑과는 불가분의 관계가 된다. 그러기에 사랑이란 인간 본연의 소중한 감정이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충분조건(必要充分條件)이다.

 사랑이 없으면 인간은 단 하루도 살아가지 못한다. 어려서는 부모님을 사랑하고 형제자매를 사랑한다. 자라면서 친구를 사랑하고 이성을 사랑하는 일에 눈뜨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것은 소중하고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랑이란 무엇보다도 향기롭고 따뜻한 인간의 본연지성(本然之性)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자신과 다른 사랑을 한다고 해서 적대시하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자신의 의지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사랑하고 싶다고 해서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법의 보자기에 싸여버린 듯 홀연히 가슴속으로 들어와 버리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이다.

 동성애 또한 마찬가지다. 이성끼리 만나 사랑을 하고 그 결실로 아이를 잉태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랑의 행로이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성에게 가져야 하는 감정이 동성에게 흘러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에로스의 화살이 동성에 꽂혀버린 것뿐이다. 그것을 부정하고 비난한다면 사랑 자체를 부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성 우월주의(heterosexism)는 이성애만 정상이고 우월하다고 믿고 동성애는 비정상적이고 열등하다고 믿고 있다. 이런 신념을 가진 이성애 우월주의자들은 동성애자를 극도로 혐오하며 동성애자에 대한 모든 권리를 부정하고 있다. (「성 정체성의 억압과 정신건강-동성애(성소수자)를 중심으로」 참조)

 인간의 삶에 있어서 사랑은 참으로 소중하다. 그런 사랑은 그 어떤 종류의 것이든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동성애는 결코 병적인 감정이 아니다. 인간이 가지는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의 하나이다. 태어나면서 있어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들이 그것을 적대시하면서부터 비정상인처럼 되어버렸을 뿐이다. 동성애자들은 숨어 살며 사회의 질타를 받아야 하는 비정상적인 소수자들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살아가는 당당한 사회의 한 구성원이다. 그들도 사랑할 권리가 있다. 그들의 사랑도 누구보다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