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여행가 유튜버가 동티의 딜리를 방문하여 나름 여행한 영상을 올렸다. 대부분의 환경이 열악한 나라들이 비슷하겠지만 그분의 우스개 같은 마지막 멘트가 지워지지 않는다.
“ 이 나라는 외국인 관광객이 오든 말든 신경을 전혀 안 쓰는 거 같아요.” 동티에 살아본 자만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이곳의 하늘을 쳐다보면 깨끗하고 새파랗게 맑아서 감탄이 나온다. 그러나 시선을 내려 지표면을 보면 얼굴이 찡그러진다. 곳곳에 널브러지고 버려진 쓰레기 때문에 한숨이 나온다. 아무 곳이나 버리는 습관이 배어 있어서 일상을 넘어 자연스러움에 가깝다. 작년에 처음 동티에 왔을 때 나 또한 거리 곳곳이 쓰레기로 뒤덮인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지금 한국의 거리는 깨끗하다. 한국도 처음부터 깨끗하지는 않았다. 싱가포르, 일본을 빗대면서 길거리에 휴지 한 장 없는 깨끗한 나라라면서 본받아야 한다고 엄청 계몽운동을 했었다.
근래 동티는 나라 전체가 바쁘다. 바티칸 교황의 방문 준비로 거리가 달라지고 있다. 쓰레기가 사라지고 도로 정비와 공원 꾸미기 등 하루가 다르게 변신하고 있다. 동티에서 10년 넘게 사신 분이 말씀하시기를 “딜리가 이렇게 깨끗한 적은 처음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유지하면 좋겠다.”
짧은 시간에 시가지를 정비하려니 부작용도 많다. 무허가 집들을 허물고 공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길바닥으로 몰린 사람들, 판자촌 상점들도 철거되어 생계가 막힌 사람들도 허다하다. 학생 중에도 집이 헐리어서 산으로 이사 가야 한다면서 장기 결석을 한다. 교황의 미사 집회 때 딜리에 무려 70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구 100만의 나라에서 70만 명이 집결한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곳곳에 교황을 환영하는 현수막 깃발이 휘날린다. 교황의 방문으로 아프고 힘든 이에게 사랑과 은혜가 한층 더 충만하기를 이방인인 나는 바랄 뿐이다.
시간은 느리지만 동티도 바뀌고 있다. 번데기에서 애벌레가 나오듯 가난한 나라라는 타이틀을 언젠가는 벗을 것이다. 학교 담벼락 밑에서 동네 꼬마들이 놀고 있다. 얼굴은 때 꼬장물이 흐르고 흙먼지로 뒤덮인 맨발이지만 정말 해맑게 웃고 있다. 나도 같이 웃어주었다.
이 아이들의 얼굴에서 나는 동티의 미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