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 않은 그곳, 본디아 27

by 정우임

두 번째 겨울 방학을 마치고 나는 다시 동티의 딜리로 들어왔다. 한국의 차디찬 냉기가 나의 체온에서 채 가시기도 전에 동티모르의 강렬한 햇볕이 나를 반겼다. 문명 세계에 비유되는 고층 빌딩에 잠시 노출되었던 나의 망막에는 자연에 가까운 딜리 시내 풍경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나의 삼 년째 접어드는 이곳의 생활에 시작종이 울린다.

다른 나라의 이상 기온과는 다르게 딜리는 우기 건기가 확실하다. 지금은 우기여서 매일 비가 내린다. 비는 반갑다. 하지만 이왕이면 학교의 수업이 다 끝난 후에 내려주면 좋겠다. 학생들이 종종 비를 쫄딱 맞으며 하교를 한다.

이 척박한 땅에도 젊은이들의 유행 변화는 존재한다. 머리에 노랑 염색을 하기도 하고, 찢어진 청바지가 인기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 규율 단속 차원에서 복장에 대한 몇 가지 규칙을 정해서 공지했다. 교내 금연, 복장 단정, 찢어진 바지 금지, 쪼리 신발 금지.

열대지방에서는 쪼리가 대중화이지만 학교 등교 시에는 규제가 되었다.


한국과 달리 동티에서는 아직 학생들의 선생님에 대한 태도가 바른 편이다. 선생님의 위상이 상당히 높다. 선생님에게 함부로 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선생님의 말씀과 학교의 규칙을 대부분 따라야 한다. 가끔 뉴스로 한국의 교사 애로사항을 접한다. 교사임용이 꿈의 직장이 아닌듯하다.


어제 밤새 비가 내렸다. 다행히 아침에는 날이 개어 화창했다.

몇 명의 학생들이 결석했다. 이유인즉 간밤에 내린 비로 운동화가 다 젖어 신고 올 수가 없다고 한다. 운동화가 귀한 동티에서 겨우 한 켤레 있는 운동화가 비에 홀딱 젖었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나 보다. 무더운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내려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전래동화의 나막신 짚신 어머니가 되어 버렸다. 학생들이 시험을 잘 치고, 한국과 계약이 잘 되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빨리 가지면 좋겠다.


언젠가는 이들도 물질의 풍요를 경험하겠지.

동티의 변화를 생중계로 보고 있는 나로서는 한 가지 바람이 있다. 아직까지는 순수함이 남아있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충만한 이 마음만은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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