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숙사에는 로컬 직원이 몇 명 있다.
운전기사인 디르시오는 잠이 많다.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잔다. 거기에다가 한 번 잠이 들면 얼마나 숙면을 취하는지 방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 질러 깨워도 소용이 없다. 기숙사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디르사오를 깨워 봤지만 여전히 한 번 잠이 든 디르시오는 꿈적도 안 한다. 일하는 센스는 있지만 잦은 지각과 결근으로 디르시오는 주가가 하락 중이다.
그에 반해 다른 운전기사 아몬은 성실하다. 야무지게 돈을 모아서 집도 짓고 돼지도 키우면서 소득을 창출한다. 출퇴근하는 집이 꽤 멀어도 시간을 잘 지킨다. 눈치가 좀 없는 게 흠이지만 그래도 근무태도와 작년의 한국어 시험 합격으로 인해 주가가 상승 중이다.
동료인 아몬의 시험합격과 한국행 준비를 옆에서 지켜보던 디르시오가 자극을 받았는지 본인도 올해는 공부를 해서 시험에 응시하겠다고 한다. 어찌하다 보니 나의 반으로 배정을 받았다. 나의 숙제가 하나 생긴 셈이다. 지각 세 번을 하면 아웃이라는 규칙을 내세워 가며 디르시오에게 겁을 줬다. 반신반의했는데 역시나 첫 주에 무단결근을 하루 했다.
다음 날 오후 “똑똑똑”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디르시오였다. 죄송하다는 사과를 하면서 수업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세 번의 기회를 주기로 한터라 마지못해 받아줬다.
동남아에서 살아 본 사람들이라면 로컬 사람들의 약속과 행동 등에 적응이라는 이름 아래 어느 정도 맘을 내려놓게 된다. 한국인의 정서로 이들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을 나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계속 몸으로 부딪힌다.
‘낮잠’이라는 단어의 테튬어는 deskansa meudia ( 쉬다 + 점심 )다. toba ( 자다 )라는 어휘를 사용하지 않는다. 더운 열대 지방의 한낮의 잠은 이들에게는 쉼이다. 완전하지 않은 외국어로 이들과 소통할 때 예상 못한 반응을 접하면 이해 불가이며 당황스럽다. 우리의 잣대로 티모르 사람을 이해하려 하면 평행선이다. 조금씩 그들에게 다가가고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부를 하지 않는 해맑은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나도 웃음이 나온다. 화가 나야 하는데 아직 웃음이 먼저 표출된다. 나도 이들에게 다가가는 연습을 하고 있나 보다. 이제부터 디르시오에게 잠을 많이 잔다고 면박을 주지 않을 테다.
“디르시오, 수업은 빼먹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