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후 나른한 오후가 되면 졸음이 밀려온다. 커피 한 모금이 절실한 타이밍이다. 학교 앞 가판대 상점에서 현지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한 잔에 25센트. 작은 종이컵에 커피 가루가 채 녹지 않은 채 컵 바닥에 가라앉는 아메리카노지만 혜자스런 가격이다.
동티는 커피 생산지이며 맛도 좋다. 에르메라라는 고산지역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농약을 치지 않은 유기농 커피다. 5월이 수확기인데, 그 맘 때가 되면 커피 수확하러 고향 가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동티가 다른 동남아와는 다르게 거의 모든 물자를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물가가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런데 커피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카페에 들어가서 제대로 된 커피를 마셔도 1~2불, 호텔급 카페의 경우엔 3불가량 한다.
작년 겨울방학에 한국 들어가면서 지인들 선물로 커피를 가져갔더니 호응이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커피를 미리 예약했다. 우리가 자주 방문하는 카페 중의 한 곳이 아로마 카페다. 커피콩 볶는 냄새가 카페 실내를 자욱하게 채운다. 이 카페는 커피 생산지의 커피 판매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국제기구의 어느 한 단체에서 기획해서 오픈했으며, 지금은 현지인의 자립단계까지 왔다고 한다. 판매 진열장에는 지방의 시골에서 수제로 만든 말린 차나, 허브 조미료 등을 전시했다.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생각나서 허브 가루를 몇 통 구매했다.
다른 커피 종주국이나 생산국에 비하면 동티는 아주 작은 나라다. 동티의 커피를 아는 이도 적고, 제3 국에서 동티의 커피를 만나기는 더 어렵다. 작년에 경남 남해의 독일마을을 방문했었다. 그곳에서 동티 커피를 내리는 카페를 발견했다. 반가움에 문을 열어 보았으나 잠긴 채 주인장의 외출을 알리는 팻말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아쉬움에 카페 앞에서 반 시간을 기다렸지만 못 만나고 발길을 돌렸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함 가볼까 한다.
추운 겨울날에 이쁜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마시는 모습을 그려보며, 나는 오늘도 이곳의 더위와 고군분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