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귀한 동티모르, 본디아 25

by 정우임

비가 온다. 숨이 헉헉 막히는 뜨거운 건기가 물러가고 우기가 왔다.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반갑다. 체인지 파트너 하듯 계절의 규칙적인 변화 속에 우리도 또 하나의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작년부터 거론되던 학교 이전 이야기가 올해도 심심찮게 오르내리더니 근래에 들어서 여러 소식통에 의하면 머지않아 학교가 이사를 하게 될 것 같다. 현재의 학교 시설도 낙후되고 열악한데 학교 이전지로 지목된 곳도 별반 나을 것이 없다. 교통도 불편한 딜리 외곽의, 한때는 코로나 환자 격리시설로 이용한 임시 가건물을 학교 용도로 사용하려고 한다. 컨테이너 조립식 구조물이라서 더위와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 번듯한 건물은 바라지도 않는다. 벽돌로 쌓은 건물 안에서 수업을 하고픈 게 우리 선생님들의 바람이다.

학교가 이사를 하게 되면 교실 안의 모든 기자재들을 함께 옮겨야 한다. 이곳 교실의 책걸상은 내가 한국에서 70년대 다닌 초등학교 때의 책상과 의자와 비슷하다. 한국 같으면 버려도 들고 가질 않을 것들을 여기서는 한 개도 빠짐없이 챙겨야 한다. 뉴스에서 폐교된 학교의 방치된 책상과 의자를 볼 때면 ‘여기 동티로 가져오면 요긴하게 쓸 터인데.’

몇몇의 학생들은 책상이 부족해서 의자에 앉아 무릎 위에 책을 펼쳐 놓고 수업을 듣는다. 낡고 곳곳에 파손된 책상이지만 여기서는 귀하기 때문에 헛으로 버릴 수가 없다.

신상품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내가 사고자 하는 물품을 맘대로 골라 가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나는 이곳 동티에서 배웠다.

한국의 학교들은 최첨단 시설이지만 학생이 없고, 동티는 제대로 갖춰진 학교가 태부족인데 학생은 많다. 골목 어디 어디를 가더라도 아이들이 아주 많다. 10년 20년 후를 생각해 봤을 때 어느 쪽이 더 희망적일까? 찜통 같은 교실 안에 고작 선풍기 몇 대지만 오늘도 학생들은 땀을 흘리며 한글을 배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망고 사수 작전, 본디아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