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과일 시장에 가면 다양한 열대 생과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과일부터 난생처음 보는 과일까지 다양하다. 다른 동남아에 비해 딜리에서는 망고가 좀 비싼 편이다. 한국에서 사서 먹는 가격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다른 것과 비교했을 시에 망고값이 얄밉다.
기숙사 대문 앞에 커다란 망고나무가 있다. 십여 년 전에 학교 교장 선생님이 심으셨다. 그런데 소유권이 우리인데도 불구하고 망고를 먹을 기회가 적다. 수확도 하기 전에 동네 꼬마들의 서리 대상이 되어 우리 손에 들어오질 않는다.
‘ 탁탁탁 ’
몇 명의 사내아이들이 몰려와 기다란 장대로 망고를 따고 있다. 유난히 망고를 좋아하는 고쌤이 참다못해 마당으로 나갔다.
“ 망고 따지마. 아직 크지도 않은 것을 따면 안 돼. 그리고 망고 우리 거야.”
지켜보던 선생님들이 크크하며 웃었다.
“ 말 안 들으면 브라우니 풀 거다.”
마당에서 낮잠 자던 브라우니까지 벌떡 일어나더니 멍멍 짖었다.
군것질 거리가 없고 배가 고파서 망고를 딴다는 한 아이의 말을 듣고 고쌤이 시무룩하다.
“그럼 요기 한쪽 가지의 망고는 남겨두고 다른 것들을 따렴. 나도 망고 좋아한다 말이야.”
동네 꼬맹이들과의 협상은 순조롭게 성사되었다.
다음 날 오후, 망고 따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고쌤이 지정한 망고들이 떨어지고 있다. 후다닥 나가보니 어제의 그 꼬마들이 아니다. 온 동네의 꼬마들과 모두 협상을 하지 않는 한 내일이 되면 또 다른 무리들이 올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가 포기하는 편이 빠르다. 아무런 불평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으니 한 아이가 망고 몇 알을 내어준다. 옆의 또 다른 아이도 망고를 우리들에게 먹으라고 준다.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고마워”하며 받았다. 아이들이 쑥스러워하며 해맑게 웃는다.
아이들은 앞으로도 부지런히 망고를 따겠지. 망고 나무 크듯 아이들도 쑥쑥 자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