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휴가를 마치고 다시 동티에 들어왔다. 횟수로 세 번째의 방학을 보내고 내가 이곳으로 왔다는 것은 올해 일 년을 더 지낸다는 의미이다.
한국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딜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열기가 훅 들어왔다. 따뜻하다고 느끼기 전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나는 다시 여름의 나라 동티모르에 왔다.
기숙사의 새끼 강아지들은 그사이 많이 컸다. 마당에 심어진 파파야 나무에 파파야가 많이 열렸다. 작년에도 짬짬이 따서 먹곤 했다. 기숙사 골목 도로 공사는 마무리가 되어 한결 깨끗해 보인다. 소소하게 짧은 4주간의 시간 동안에 이곳의 조금씩 변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물가만큼이나 동티의 생활필수품의 가격도 해가 바뀌면서 올랐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것도 아닌데 왜 오르는지 모르겠다. 빈 점포들은 중국상점으로 채워지고 있다. 은행을 가도 VIP는 중국인들이다. 이곳의 경제는 중국이 거의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 개학이 되면서 학생들이 고향에서 하나둘씩 돌아왔다. 예상했던 대로 그동안 배운 교과 학습 내용을 아주 깨끗하게 비우고 왔다.
‘그래, 새해를 맞아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 보는 거지.’
늘 그러하듯 보통 나는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면, 올해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곳에서 버틸까 하고 고민한다. 무사히 3년을 넘기고 4년 차에 접어들면서 더 나아가야 할지, 마무리를 해야 할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걱정이 되고, 무엇보다도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정답일까 하는 딜레마에 빠진 거 같다.
그런데 막상 교실에서 나의 학생들을 대면하면 이런 고민들이 사치처럼 여겨진다.
오늘도 나는 책을 든다.
“자, 53페이지 보세요. 대화문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