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본디아 39

by 정우임

이곳에서 즐겨 먹는 로컬 나물이 몇 가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동남아 나물, 모닝글로리라고 부르는 깜꿍. 바나나 나무에서 열리는 후디두분이라는 열매로도 나물을 한다. 맛이 한국의 고사리 같기도 하고 말린 나물 그 어디 중간쯤이다. 깜꿍은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데 후디두분은 수확 시기가 구분되었다. 한동안 구경하기 힘들더니 요새 부쩍 시장에 깔린 걸 보아하니 수확 시즌인가 보다. 바나나 나무에서는 흔히 바나나만 열리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귀한 반찬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랍고 감사하다.


얼마 전 연휴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딜리 안에서 가보지 않은 곳을 도보로 돌아다녔다. 그중에 한 곳이 동티의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후디라란이라는 동네였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바나나 안’이다. 어원의 숨은 뜻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세계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풍기는 분위기와는 조금 달랐으나 빼곡히 들어선 중국 점포들, 맛사지샵, 은행, 중국 레스토랑 등에서 중국인의 인구밀도가 높아 보이기는 했다. 길을 걷다 보면 동티 사람들이 나를 중국인으로 착각하고 ‘니하오’ 인사를 한다. 내가 어딜 봐서 중국인이지? 물론 동티 사람들 눈에는 동아시아 3국의 사람들이 똑같아 보일 것이다.


배가 출출하여 아담하고 깨끗한 로컬식당에 들어갔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내부가 깔끔했다. 한국에서 여행 중에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메뉴 선택할 때 비빔밥은 평타는 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나도 동티에서 처음 방문하는 식당에서는 나시고랭을 주문한다. 메뉴 선택의 실패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고슬고슬한 해물 볶음밥에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궁합이 좋았다.


기숙사 봉고로 이 동네 근처를 지나친 적은 있었지만, 골목의 처음부터 끝까지 훑으면서 걸어보니 낯선 시골의 읍내를 탐방하는 듯했다. 몇 년 전에 제주도 도보여행이 생각났다. 힘든 점도 있었지만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재미에 빠져 여행의 말미에는 아쉬움이 커서 후일을 약속했었다. 동티에 온 지 4년 차이지만 아직도 온실 속의 화초처럼 딜리 밖은커녕 딜리 안의 도시조차 잘 모른다. 조금씩 한 발씩 용기 내어 돌아다녀 봐야겠다는 마음을 안고 나는 짧은 당일치기 여행을 마쳤다.


돌아오는 길에 노점에서 바나나(후디) 한 송이 샀다. 바나나의 달달함처럼 나의 일상도 달짝지근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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