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직장을 이직하다]
1990년 8월, 나는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하여 공릉동 연수원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받았습니다.
전기직은 발전, 송변전, 배전 세 개의 직군으로 나뉘는데,
나는 도시에서 고객에게 직접 전기를 공급하는 ‘배전 직군’을 희망했습니다.
전년도 기수에서 전기과 출신들은 모두 배전으로 배정되었다기에
당연히 나도 배전으로 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배정 결과는 충격이었습니다.
배전은 단 한 명도 없고, 송변전 몇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 발전 직군으로 배정되었습니다.
군 복무 3년 동안 나는 교대 근무를 하며 몸과 마음이 지쳤습니다.
그래서 제대 후 ‘교대 근무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라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런데 30년 이상 근무해야 할 직장에서 대부분의 근무가 교대인 발전 직군이라니, 나의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고 한전에 대한 미련도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바로 그때, 마침 한전에 재직 중인 매형이 대한 주택공사 채용공고를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연수원 수업을 마친 후 밤마다 도서관에서 입사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낮에는 한전 직원, 밤에는 구직자였습니다.
삼천포 화력발전소로 현장 연수를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드디어 주택공사 최종 합격 소식을 받았습니다.
삼천포 화력발전소에서 연수를 지도해 주시던 담당 교수님께 사직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이직 이유를 물으시기에, “교대 근무를 피하고 싶어 주택공사로 옮기려 한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교수님은 “전기 직이라면 한전이 훨씬 낫습니다”,
“교대 근무 외에도 여러 근무 형태가 있습니다"라며 다시 생각해 보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미련 없이 주택공사로 이직했습니다.
한전에서의 직장 생활은 약 2개월, 짧은 인연이었습니다.
당시 함께 입사한 공군 동기 중 한 명은
연수를 마치고 울산화력발전소에서 ABO(보일러 보조 운전) 업무를 하다가,
2년 뒤 EBS 교육방송으로 이직했습니다.
그리고 정년까지 무사히 마치고 퇴직하였습니다.
나와 그는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결국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았다는 점에서 같았습니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