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기인 이야기 - 28

[14. 전주 생활 이야기]

by 종구라기

14-1. 임금 피크


2023년, 인천본부 검단사업단에서의 1년은 그 어느 해보다 속도감 있게 흘러갔습니다.

하루하루 맡은 업무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예고되었던 임금피크제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약속대로 나는 전북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우리 회사의 임금피크제는

퇴직 전 3년 동안 급여가 단계적으로 줄어드는 대신,

그만큼 근무시간도 줄어드는 제도입니다.

과거 모회사에서는 급여만 줄이고 근무시간은 그대로여서 논란이 되었고,

결국 법정에서 직원들이 승소한 이후 지금은 근무시간과 급여가 함께 조정됩니다.

선택지는 두 가지.

90% → 80% → 50%,

혹은 80% → 70% → 70%.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합니다.


급여는 줄었지만, 시간이 생긴다는 건 기회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는 퇴직을 앞둔 직원들을 위해 ‘나침반 교육’이라는

전직(轉職)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동료들이 커피 바리스타, 한식 기능사, 전기 기능사, 굴삭기, 지게차 자격증, 기술인 감리 교육 등을 수강합니다.

나 역시 그 흐름에 동참했습니다.

한식 요리 교육을 받고, 동력 수상 레저 조종면허도 취득했습니다.

앞으로는 전기 감리 교육도 수강할 예정입니다.

퇴직 이후 제2의 인생, 그 시작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벌써 입사한 지 35년이 되었습니다.

신입시절, 퇴직을 앞둔 선배님들을 바라보며

‘30년 넘게 한 직장에 다닌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과연 나에게도 올까?

상상만 했던 그 시간이, 어느새 현실이 되었습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힘든 순간도 많았고, 그만두고 싶었던 날도 몇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버텨준 동료들이 있었기에

매번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시간이 내 삶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선배님들께서 말씀하셨던

“30년이 금세 지나갔다"라는 그 말,

이제는 내가 후배들에게 해주고 있습니다.

후배 여러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보세요.

지금은 길고 힘들어 보여도, 그 길 위에 당신만의 빛나는 시간이

반드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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