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기인 이야기 - 27

[13. 인천 생활 이야기]

by 종구라기

13-3. KEC 설계 및 제로에너지 건물


검단사업단으로 부임한 첫날,

나는 내게 주어진 12개 공구 현장을 바라보며 조금은 긴장했습니다.

8개는 아파트 현장이었고, 그건 익숙했습니다.

입사 후 30년 넘게 아파트와 도시 기반 시설 공사만 해 왔으니까요.

그러나 나머지 4개는 군부대 현장이었습니다.

나는 단 한 번도 군부대 현장을 경험한 적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설계 도면의 구조나 사용하는 용어조차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임금피크 중인 선배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고,

후배들도 서포트를 열심히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고, 현장별 주요 현안을 정리해

큰 문제없이 12개 현장을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입사할 때에만 해도 우리 직원들이 직접 설계, 견적, 발주, 계약, 감리감독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 시책에 따른 물량 증대와 인력 한계 등으로 이제는 설계와 감리 모두 외주로 진행됩니다.

그 결과, 외주 설계에는 오류가 많이 있습니다.

예전에 우리 직원이 설계한 도면을 받아 본 시공사 소장들은 "도면 그대로 시공하면 된다"라며 안심하던 시절이었지만, 이제는 감리원과 시공사 현장대리인이 도면부터 꼼꼼히 검토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도면 검토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 간 도면 상호 오류

- 건축, 기계 등 타 공종과의 간섭 여부

- 설계 개선 사항, 법 개정 반영 여부

- 사업 승인 조건과 내역서 검토 등

이 모든 걸 우리는 직접 감리는 아니지만

철저한 관리·감독의 눈으로 살피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는 전기 설계 방식이

한국 전기 설비 규정(KEC)으로 전면 전환되었습니다.

전선 색상도, 차단기, 전선 규격 산정, 접지 시스템도 모두 바뀌었습니다.

나는 주요 변경 내용을 정리해 감리원들과 시공사 소장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설계 반영 여부를 사전에 검토해 처음 도입되어 시공 중인 KEC 설계 현장도 무사히 준공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2021년부터 시행된 제로 에너지 건축물(5등급) 시범사업이

내가 근무하는 인천 검단 지구에서 추진되었습니다.

처음 듣는 개념, 처음 보는 자료들.

그러나 나는 관련 모든 문서를 뒤지고 핵심 내용을 정리해

전기·통신 감리원들과 시공사 소장들에게 공유했습니다.

공종 별 감리원, 시공사, 자재 업체, 컨설팅 회사 등

수많은 관계자와의 수차례 미팅을 통해 설계 누락 사항과 미반영 내용을 도출했고 설계변경을 이끌어냈습니다.

결국, 제로 에너지 시범 지구 또한 문제없이 준공하였습니다.


누군가는 공사현장의 일상을

'거친 현장 속 반복된 일과'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매일 새롭게 배우고, 조율하고,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내가 걷는 이 길 위에는 ‘감리’라는 단어보다

‘책임’이라는 마음이 더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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