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어느 주일 아침.
나는 늘 그렇듯 중고등부 교사로 교사기도회에 참석한 뒤, 학생들을 데리러 차를 몰고 나섰습니다.
그날은 내가 어른 예배의 기도 담당이었기에 마음이 더 조급했습니다.
조카를 데리러 간 시간이 오전 8시 50분쯤, 하지만 조카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9시가 되자 겨우 나타난 조카를 태우며 나는 참지 못하고 화를 냈습니다.
“시간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떻게 하니? 너 때문에 예배도 늦고, 내가 맡은 기도도 못 하겠다.”
조카는 말없이 뒷좌석에 앉았고, 나는 화난 마음을 그대로 안고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마음에는 은혜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세상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늦더라도 교회에 나온 것 자체가 감사할 일 아닌가?
그런데 내가 화를 내고 상처를 준 것은 잘못이구나.”
결국 예배가 끝날 무렵, 나는 광고 시간에 조카에게 화를 낸 것을 회개하는 마음으로 고백했습니다.
평소 기도하며 화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조급한 마음 때문에 또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우리를 끊임없이 흔드는 것이 바로 마귀의 시험이라는 것을요.
시간에 대한 조급함, 경제적 어려움, 세상의 허영심, 육체의 정욕…
이 모든 것이 마음을 무너뜨리는 공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날의 회개를 떠올리며 다짐합니다.
나는 완전하지 않지만,
넘어지고 또 일어나며,
주님의 은혜를 붙잡아가야 한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