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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 (18. 경주 여행에서 얻은 작은 깨달음)

by 종구라기

군 동기들의 모임이 있어 SRT를 타고 신경주역에 갔습니다.
멀리서 온 저를 위해 대구에 사는 동기가 승용차로 마중을 나와 주었고, 그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경주는 중학교 수학여행, 그리고 신입사원 시절 이후 30여 년 만에 찾는 곳이었습니다.
그만큼 기대도 컸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동기들과 헤어진 뒤, 돌아오기 너무 아쉬워 나만의 경주 여행은 계속되었습니다.
석가탑과 다보탑, 석굴암, 첨성대, 천마총, 대릉원, 분황사, 교촌한옥마을…
발길 닿는 곳마다 문화재였고, 저녁에는 황리단길의 야경까지 눈에 담았습니다.

경주빵, 찰보리빵, 십원빵, 물회 등 먹거리도 풍부했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만큼, 경주는 ‘문화재 도시’ 그 자체였습니다.


다음 날, 대구에 사는 후배가 추천한 양남 주상절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고속버스터미널에서 150번 시내버스를 타고 맨 뒷좌석에 앉았습니다.

버스는 중앙시장, 첨성대, 대릉원, 분황사, 보문단지, 문무대왕릉, 월성원자력발전소 등을 경유했습니다.
차 창밖으로 보이는 논과 시골길은 참 평온했습니다.

중앙시장에서 젊은 외국인 세 명이 탔고, 제 옆자리에 앉았으며 봉길해수욕장에서 내렸습니다.
버스 안에는 정류소 안내 멘트가 흘러나와 기사님께 일일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상절리 정류소에서는 방송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안내 지도를 보며 확인하던 저는 이상하다 싶어 기사님께 여쭤봤습니다.

“주상절리에 가고 싶은데요, 어디서 내려야 하나요?”

돌아온 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방금 지났습니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세요.”

결국 저는 더 걸어야 했습니다.
기사님은 운전에 집중하느라, 그리고 다양한 승객을 상대하느라 멘트를 생략했을지도 모릅니다.
괜히 폐 끼치고 싶지 않아 묻지 않았던 제가, 본의 아니게 운동을 더 하게 되었습니다.


정류장에서 내려 해변 ‘파도소리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오는 주상절리는 장관이었습니다.

수평으로 누워 있는 듯한 주상절리, 위로 곧게 솟아 있는 주상절리.
그 풍경을 눈과 카메라에 실컷 담으니, 걸어온 길의 수고마저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뜨거운 용암이 빠르게 식으며 만들어진 기암절벽.
그 웅장한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오늘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각자 맡은 일,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여행은 결국, 눈으로 본 풍경뿐 아니라 마음에 남은 한 줄의 깨달음을 선물해 줍니다.
이번 경주 여행이 나에게 남긴 문장은 이거였습니다.


"자기에게 맡겨진 일,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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