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발린 '국민' 뒤에 숨겨진 수술실의 진실

by 이지애 마리아

저는 32년 전 약물 알레르기 의료 사고의 기록을 안고 살아온 생존자이자, 2020년 6개월간 간호 조무사 실습 당시 병원 현장에서 의료진의 삶을 목격한 평범한 국민입니다.


정치인들이 입버릇처럼 외치는 '국민'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가벼운지, 저는 무더운 여름날 수술실 안에서 깨달았습니다. 에어컨 하나 허락되지 않는 멸균의 공간에서 붉고 검은 체크무늬 얼음 조끼 하나에 의지해 땀으로 흠뻑 젖은 초록색 가운을 입고 사투를 벌이는 외과 의료진을 보았습니다.


양말도 신지 못한 맨발로 몇 시간씩 부동자세로 서서 환자를 살려내고, 수술이 끝나면 탈진한 서로의 굽은 허리를 마사지해 주던 그들의 모습이 잊히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비정상적인 의료 수가뿐입니다.


제가 묻고 싶습니다.


수천만 원의 급여를 받는 정치인들이여, 당신들은 이 '맨발의 투혼'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까? 미래의 의료 인력을 늘리는 것보다 더 시급한 개혁은, 지금 현장에서 땀 흘리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처우를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생산 인구가 급감하는 시대에 숙련된 현장 인력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정치일 뿐입니다.


사탕 발린 입으로 '국민'을 함부로 내뱉지 마십시오. 의료 수가의 균등한 배분과 현실적인 조정만이 균열된 의료계를 살리는 유일한 길입니다.


저 같은 특이체질 환자 때문에 현장에서 노심초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과 약사님들의 노고를 잘 압니다. 그래서 더더욱,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정당한 수가 체계가 마련되길 바랍니다.


#의료개혁 #현장의 진실 #의료수가정상화 #외과사투 #국민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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