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수납하는 우리말 사전 3

곤죽, 녹초, 파김치, 그로기, 지치다

by 이지애 마리아

출처 : 우리말 어휘력 사전 / 2022년 발행


네이버 국어사전


내용 참조 : 표준국어대사전 / 고려대 국어사전



곤죽 몸이 지치거나 주색에 빠져서 늘어진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일이 엉망진창이 되어서 갈피를 잡기 어렵게 된 상태.


몹시 질어서 질퍽질퍽한 밥. 또는 그런 땅.


어머나! 오늘도 밥물을 조금 더 넣었더니 밥이 곤죽처럼 질어졌네요.


오늘따라 몸이 그로기 상태라 정신이 없었나 보다. 밥물을 조절하지 못해 밥이 곤죽처럼 질어지고 말았다. 어머니께 책잡힐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부모님은 '소화가 잘 되겠다'며 맛있게 드셔주셨다.


누군가는 밥물 맞추는 일을 하찮게 여길지 모르지만, 고슬고슬한 밥 한 그릇을 지어 올리는 정성이야말로 살림의 기본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녹초 맥이 풀어져 힘을 못 쓰는 상태.


물건이 낡고 헐어서 아주 못 쓰게 된 상태.


파김치 파로 담근 김치


소금에 절여져 숨이 팍 죽은 '파'처럼, 기운이 없어 축 늘어진 모양을 비유한다.


구청 주관 체육대회에서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온 힘을 쏟았다. 막간을 이용한 디스코 타임까지 열정적으로 즐기고 나니,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축 처져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온종일 뙤약볕 아래서 뛰고 웃었더니, 거울 속 내 모습은 풀 죽은 파김치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동태탕을 먹었을 때처럼 시원하고 개운한 하루였다.


몸은 녹초가 되고 몰골은 파김치가 되었지만, 어지러운 마음만큼은 말끔히 정리된 기분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나를 그로기 상태로 만들 만큼 쏟아붓는 시간이 우리 삶에 활력을 주는 것 같아요. 여러분의 금요일은 따봉이었나요?


지난 주 토요일에 어느 종교단체에서 주관하는 감자 캐기, 배추 수확하기 자원봉사 활동이 있어서 참여했는데 어찌나 양도 많고 힘이 들던지 그날 하루는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바로 침대에 누워 뻗어버렸다.


지난주 토요일, 감자와 배추를 수확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밭일 끝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몸은 숨이 죽은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몰골은 그야말로 곤죽 같았지만, 마음만은 가을 하늘처럼 맑았다.


누군가는 흙먼지 묻히며 일하는 것을 하찮게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에게 책잡힐 일 없이 땀 흘려 봉사하고 돌아와 침대에 뻗어버린 그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휴식을 맛보았다.


하루를 열정적으로 살다 보면 저녁 무렵엔 누구나 파김치가 됩니다. 하지만 그건 오늘 하루를 그만큼 정성껏 살았다는 훈장 같은 것이지요. 여러분도 오늘 파김치가 될 정도로 최선을 다하셨나요?


1365자원봉사 홈페이지 검색해서 겨울 김장 김치 담그기 자원 봉사 활동 신청해서 다녀왔다. 그날 하루 8시간 값진 노동의 진가를 배웠다. 비록 파김치가 되어 고단했지만 보람찬 하루였다.


1365 자원봉사를 통해 신청한 겨울 김장 봉사. 무려 8시간 동안 배추를 나르고 속을 채우느라 몸은 절인 배추처럼 숨이 죽어 파김치가 되었다. 옷과 장화는 양념 범벅이 되어 곤죽 같았지만, 빨간 김칫국물 냄새만큼은 훈훈한 이웃의 정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이런 고된 노동을 하찮게 여길지 모르지만, 내 손으로 정성껏 버무린 김치가 어려운 이웃의 겨울 식탁을 지켜줄 생각을 하니 마음만은 풍성했다. 남에게 책잡힐 일 없이 땀 흘려 일한 8시간의 진가를 배운 소중한 날이었다.



그로기 권투에서, 심한 타격을 받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일.


어느 출판사에 취업 합격하여 첫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편집장 님은 말단으로 처음 출근한 직원한테 야근과 철야 근무를 할 것을 지시하였다. 그래서 그 날 밤은 그로기 상태가 되어 퇴근하였다.


기대하던 출판사 첫 출근 날, 설레는 마음도 잠시였다. 편집장님은 신입인 내게 첫날부터 야근과 철야를 지시하셨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일감에 정신은 이미 거덜이 났고, 새벽녘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내 몸은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되어 비틀거렸다. 누군가에겐 하찮은 첫날의 실수였을지 모르나,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긴 하루였다.


지치다 힘든 일을 하거나 어떤 일에 시달려서 기운이 빠지다.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하여서, 원하던 결과나 만족, 의의 따위를 얻지 못하여 더 이상 그 상태를 지속하고 싶지 아니한 상태가 되다.



밸리댄스로 활력을 찾으려 했던 체육센터에서의 시간이 어느새 스트레스가 되었다. 한 사람의 끊임없는 분란과 문제 제기에 시달리다 보니, 운동으로 얻은 에너지는 간데없고 마음은 이미 그로기 상태가 되어버렸다. 사람 사이에 치여 마음이 이토록 지칠 줄은 몰랐다.


자신만이 옳다는 교만한 태도로 주변을 휘두르는 그 사람을 보며, 혹시라도 내가 책잡힐 일은 없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이유 없는 비난과 갈등 속에 내 마음을 방치하는 것은 나를 더 지치게 만드는 일임을 깨닫는다.


타인의 평화를 하찮게 여기고 공동체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동은 주변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무례함에 대응하느라 내 소중한 에너지를 다 써버려 몸도 마음도 파김치가 된 기분이다.


처음엔 예의로 받아주었지만, 선을 넘는 무례함에 대응하느라 내 마음은 이미 파김치가 되었다. 사적인 에너지를 낭비하기 싫어 무대응으로 일관했음에도, 끊임없이 SNS와 블로그까지 찾아와 항의하는 그 집요함에 진심으로 지쳐버렸다.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한 채 타인의 침묵을 '소외'라 단정 짓는 그 교만한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타인의 평온한 일상을 업신여기고 휘두르려는 행동을 마주할 때마다, 사람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지는 기분이다.


어떻게든 책잡을 거리를 찾아내려는 듯 블로그 댓글까지 뒤지는 그 정성이 무서울 정도다. 나의 정당한 거절을 하찮게 여기고 오해를 확신으로 바꾸는 그 사람을 보며, 이제는 진정한 '인연의 정리'가 필요한 디데이임을 직감한다.


물건을 비우듯, 내 마음을 병들게 하는 무례한 인연도 비워내기로 했습니다. 오해는 그 사람의 몫이고, 평화는 나의 몫이니까요. 오늘 밤은 곤죽이 된 마음을 추스르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의 '따봉' 같은 응원에만 귀를 기울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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