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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치혜 Dec 07. 2021

登鸛雀樓,  모름지기 更上一層樓.

    당나라의 시인 왕지환의 시를 읽었다. 오언절구로 아주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관작루”는 산서성에 위치한 누각이다. 앞으로는 중조산의 산맥이 남북으로 이닿고 아래로는 황하가 굽이치는 절경에 위치하여 예로부터 중국의 4대 누각이라 불리웠다.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관작루를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白日依山盡

    黃河入海流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

        <登鸛雀樓> 王之渙

    맑은 해는 산에 기대어 기울고

    황하는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천리 멀리 끝까지 바라보고자

    다시 한 층 더 오른다.  

   

    누각에서 바라보는 저물녘의 풍경이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묘사되어 오히려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준다. 

    누런 강물이 탕탕하는데 멀리 보이는 큰 산에 해가 걸리고 노을이 하늘을 물들인다. 중조산 등줄기의 나무사이로 지는 해의 주홍빛은 더욱 짙고 산그림자는 길게 황하 위로 같이 흐를 것이리라. 

    예전, 산에 자주 다니던 때. 해지는 시간에 산길을 걷다보면 봉우리를 지날 때마다 해넘이를 여러 번 마주하는 호사스런 즐거움을 누리곤 했다. 시인도 지는 해에 대한 아쉬움이 깊기에 조금이라도 헤어짐의 시간을 늦추기 위하여 한 층 한 층 계단을 올랐을 것인가. 그러다 해가 넘어가는 저 산 뒤에 펼쳐져 있을 삼라만상에 대한 상상과 사색이 자연스러웠으리라.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

    천리 멀리 끝까지 바라보고자 다시 한 층 더 오른다.


    이 구절이 몹시 좋고, 몹시 부럽다. 사물과 세상에 대한 지치지 않는 추구 혹은 구도. 각성. 가없는 절차탁마. 행동.

    이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 있든 없든 한 층을 더 오르는 것만으로 가슴 속은 기쁨으로 차오르고 행복할 것이리라. 朝聞道 夕死可矣라고 하신 공자의 도가 이런 것이 아닐까.     


    beyond를 바라보는 삶을 살고 싶다. 일상이라는 이름 속에 갇혀 한 발 앞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크게 젖혀 하늘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한다. 오직 희로애락의 감정에만 휩쓸려 ‘생각’을 사치로 여기는 나의 보잘 것 없음이여.      

    모름지기 更上一層樓,  思惟義務할 일이다.

https://youtu.be/e5MAg_yWsq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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