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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치혜 Dec 05. 2021

슬픔과 기억의 허망함에 대하여..

  

    회의를 마치고 일을 좀 할까 해서 ‘서재(이제부터는 그냥 서재라고 부르기로 한다. 기능적으로 맞으니. 대단히 그럴싸해 보이기도 하다.)’로 복귀했다. 일에는 도무지 첫발이 안 딛어져서 인터넷질을 하다가 시를 몇편 읽었다.


    시를 쓰는 사람은 시인이지만 시를 읽는 사람은 철학자이다, 라고 양광모 시인이 썼다. 당연한 이야기로 시를 읽는 모든 사람이 철학자는 아니다. 어쩌면, 많은 경우 결핍 앞에서 무엇이든 찾아 채울 엄두는 못 내고 그저 눈앞에 홀연히 나타난 시 혹은 활자에 그저 기대는 것은 아닐까. 내가 증명한다.      

    

눈물로도 덜어낼 수 없는 그 무게는 도대체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실망? 놀람? 혹은 분노? 아니다. 기쁨이나 즐거움이 아니니 당연히 슬픔 쪽일진대 슬픔이라고도, 다른 말로도 부를 수 없는 그 무게 앞에서 관절은 꺾이고 심장은 리듬을 잃는다.     

    

   나는 등을 돌리고 걸어야 한다, 빨리. 뒷 모습조차 사치이므로 빨리 걸어야 한다. 휘청거리지 않기 위하여 빨리 걸어야 한다. 마치 회전관성으로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타기처럼. 비록 군데군데 발이 멈추어 설지라도, 여기가 그 자리일지라도.


https://youtu.be/AOmJoacBU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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