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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치혜 Dec 01. 2021

If...

    11월 마지막날, 어제 이파리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 종합예방주사 접종. 3주간의 간격으로 총 세 번 중 두 번의 접종을 마쳤다. 

    한 달 전의 중성화수술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었나. 병   원에 들어서자마자 분노와 두려움의 낮은 그르렁과 함께 모든 발톱을 세워 내 품에 치열하게 매달렸다. 눈동자가 심히 요동치며 부들부들 떠는 이파리를 보고있으려니 측은함이 몰려왔다. 어린 녀석이 얼마나 무서울까. 어쩌랴, 할 일은 해야지.

    주사를 맞고, 발톱 소제를 마치고 진료실에서 나온 녀석은 여전히 그르렁 그르렁 몸을 떨었다.  그래, 어여 가자. 할머니한테 가자. 서둘러 가방에 들어가게 하니 그제야 조금 안정이 되는 듯 했다.          

     

    4월 28일, 솜뭉치 만하던 갓난애기 이파리를 들이고, 9월에 엄마 집으로 보냈다. 교회에서 더는 키울 도리가 없었다. 보내고 며칠 동안 어찌나 헛헛했는지. 어제로 꽉 찬 칠개월. 많이 컸고, 여전히 예쁘고, 엄청 까분다(고 한다). 사람 나이로 너덧 살의 사내아이 급이니 어찌 쉴 틈이 있으랴.     

    엄마 집에 데려다 주고 나오면서 몇 번이고 폰에 저장된 애기때부터의 이파리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늙으신 엄마랑 잘 지내줘서 고맙다, 했다, 나즈막히. 엄마는 이파리와 조곤조곤 이야기도 하면서, 식탁에 올라가지 말라고 혼도 내면서, 할퀴고 깨물려는 녀석과 진지한 수 싸움도 하며 분주하게 어울리신다. 좋았다.

                                             ㅋㅋ 얌전한 고양이인 척.     


    일곱 달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이파리와의 일이든 사람만의 일이든. 새롭거나 묵었거나한 희로애락들.     

    만일 이파리를 계속 교회에서 키워왔다면 2021녈 12월의 첫날을 나는 어떤 컨디션으로 맞았을까? 나비효과니 뭐니 들먹이지 않더라도 분명 지금과는 다를 것이므로 더 좋았거나 더 나빠졌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맥없이 진리인 말씀은 사양하자. 그러기에 인생은 너무 극적이거나 남루하여 4월부터 11월까지의 칠 개월은 하루하루가 각각의 동심원을 그렸을 거고, 이백 열 개의 동심원들은 얽히고 서로를 넘고 넘어 섞이며 카오스 속에서 큰 곡선을 그려냈을 것이다. 예측 불가능, 추론 불가능한.     

    아무려나, 그래도 지금처럼 나쁘진 않았을 테지.     

    아니.. 아예 4월 28일  그날 이파리를 모르고 넘어갔더라면?

    아무려나, 그럼에도 지금처럼 나쁘진 않았을 테지.     

    심상은 들끓고 횡설수설로 마무리 한다, 귀한 하루를. 예쁘고 기쁜 글 좀 써봤음 한이 없겠다...정도는 아니지만 아무튼 구리고 허망한 날들의 연속이다. 끝도 안보이게.


https://youtu.be/TfvAStsJBEM

    간만에 청승 한 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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