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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치혜 Nov 14. 2021

벌써. 찬양. 익산 행..

    벌써 거의 2년이 되어간다.

    작년 3월 1일에 마치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과 각오로 우리 교회 예배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 열악한 장비와 그보다 더 어림없던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당연히 실수도 많았고 어설픈 점도 넘쳤다. 그래도 의욕과 파이팅만큼은 넘실댔고 무엇보다도 홍 집사라는 든든한 재원이 많은 일을 도맡아 주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주일 예배를 시작으로 수요 저녁 예배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드려지는 새벽예배를 빠짐없이 준비하고 라이브로 송출했다. (늦잠으로 손에 꼽을 만큼의 결방이 있었다. 죄송한 일이다.) 매일 새벽 3시 50분부터 5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추고 낑낑거렸다. 새벽 운전으로 5시쯤 교회에 도착, 새벽예배를 마치면 6시가 조금 지났다. 그 시간이 18개월이 지났다.     

    위드 코로나로 교회 예배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한 두 번째 주일. 아직 찬양대가 서지 않고 있다. 곧 일부 인원이라도 모여 시작할 것이다. 찬양대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그동안 지휘자님의 독창과, 몇몇 분께서 지휘자님과 듀엣을 하시는 방식으로 예배 찬양을 드려왔다. 몇 달 전 나도 한 번 자리에 선 적이 있다. 완전 망치긴 했다.     

    찬양대가 가동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특별찬양을 드리고 싶어서 지난 주에 지휘자님과 의논을 했고, 오늘 예배 시간에 지휘자님, 홍 집사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트리오를 했다. 서로 시간이 안 맞아 연습 두 번으로 끝. 더욱 정성을 들여 준비를 했어야 하지만 예수님께서 너른 마음으로 눈 감아 주시리라 믿는다. 대신 열심히 들었다. 

    

    다행히도 지난번처럼 가사를 놓치거나, 북받침으로 염소 소리를 내는 따위의 바보짓은 없었다. 모두 함께해주신 두 사람의 덕분이다. 타고난 음성과 가창력의 열악함은 어쩔 수 없으니 비주얼로 가산점을 내련다, 는 무슨... 죄송. 이 어찌 어이없는. 그나마 기본점수도 까먹을 판이고만.    

 

    예배를 마치고 서둘러 용산역으로 향했다. 익산행 열차 탑승.     

    2주 후에 있을 행사를 위하여 사전 답사 겸 면담을 하러 가는 길.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괜찮지만 핑계삼아 떠났다. 그동안, 내 속에 자리잡고 있던 비열과 치졸과 폭력의 그늘을 발견하고 넌덜머리가 났다. 아니다, 안된다 매번 다짐을 하면서도 어느 틈에 무너져 내린 나를 바라보는 것은 결코 편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을 회피하고자 꺼내 두르는 위선의 망토와 우유부단함은 더욱 환멸 덩어리. 생각이 필요했고, 포즈 버튼이 필요했다. 짧고 바쁜 여정이지만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어느새 계절은 깊어 빈 논이 차창 밖으로 펼쳐지고 기차와 나란한 억새와 나뭇잎은 하마 노랗다. 그냥 바쁘다는 말에 얹어 얼마나 많은 소중한 시간과 질료를 맥없이 흘러보냈는지 생각해 본다. 수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가을의 기도를 쓰고 읽었다. 나는 그렇게 간절하게 한 편의 기도를 적어본 적이 있었나, 했다.      

   오늘 부른 곡의 노랫말처럼 잔잔하고 정갈하게 살고 싶다. 오름직한 동산처럼 고즈넉하고 평안하게 살아보고 싶다.      

    무엇보다 이 마음이란 놈을 쥐고 살고 싶다. 쥐여있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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