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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치혜 Nov 22. 2022

Gorgeous..


    경남 함안에 "아라홍련"이라는 꽃이 있다.

    2009년 성산산성 유적지 발굴 중 연꽃씨앗들이 발견되었는데 이를 함안 박물관과 유관 연구소가 협력하여 1년만인 2010년 7월에 진분홍색 꽃을 피워냈고 개체 번식을 계속 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씨앗들이 700년 전인 고려시대의 것이라는 점이다. 개체의 변화 등에 대한 연구 재료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는데 '문죄송'인 내게는 그보다 700년의 시공이 통하였다는 것이 더욱 경이롭고 의미가 깊다. 그 오랜 기다림과, 비로소 이어짐과, 마침내 개화는 얼마나 위대한 스펙타클을 품었는가. 작은 씨앗마다 우주가 담겨있다는데 하물며 700여 성상이라니. 고려인이 완상하던 연꽃의 자태가 그대로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상상해보면 그 앞에서 나누던 사연과 정조를 감히 더듬어 볼 수 있는 것이다. 어지간한 타임루프물의 영화는 그야말로 개봉도 못 할 지경이다.


    <자이안츠의 밤>이 열렸다. 

    1986년 가을, 당시 학생회관 뒤 원형무대 터에서 처음열렸으니 30년이 훌쩍 넘었다. 코로나19로 건너뛰어 올해 3년만이다. 3년만이라 더욱 반가움이 깊으니 코로나19에 감사라도 해야할까? 아라홍련의 700년에 감히 견주기는 턱없이 짧은 물리적 시간이지만 반가움으로만 따진다면 가히 비할만 하다. 일각 여삼추(一刻如三秋)가 아니라 3년여300년(三年如三百年). 

    더욱 그러한 것은 이 엄혹한 세월 속에서도 20학번, 21학번, 22학번의 젊은 자이안츠들이 밝은 빛으로 이어져왔다는 사실이다.

    바이러스가 온세상을 덮치니 가깝게 보고 지내던 후배들이 한 순간 사라졌다. 부재가 익숙해지고 나니 흑석동을 지나다 보면, 농구 중계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다 보면 곳곳에서 그네들의 모습과 이야기와 기억들을 그냥 스치듯 떠올리고는 했다. 궁금하지만 물어볼 수 없는 것이 요즈음의 청년 생활.


    3년만에 마주친 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반갑고 즐겁고 놀라웠다. 그저 지내왔던 이야기를 전하는데 청춘의 3년과 중년의 3년들은 이렇듯 두텁고 값진 세월이구나 싶었다. 변하였어도 변치않은 채 한 자리에 모여 눈을 반짝인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인 것이다. starry starry night가 in your eyes...

쏘맥으로 점철되어 30만원이 넘어버린 티셔츠인 것이다~


   선후배가 함께 모인 소박하고 즐거운 파티. 처음 만나도 그저 반갑고 늘 다음 만남과 운동을 스스로 굳게 다짐하게 만드는 대오각성의 자리. 어느 가을날 사회 생활에 지쳐 쪼그라든 자신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던 졸업생 OB들에게 소주와 맥주는 감로수인양 달콤하고, 후배들의 패기와 풋풋함으로 잊고있던 호연지기가 Re-Bound되는 자리. 현재와, 가까운 과거와, 케케묵은 과거 속에서 OB든 YB든 농구코트에서의 무용담은 불을 뿜고 마침내 각자의 전설을 머금어 행복한 자리. 자신들보다 젊은 부모의 자식들이 30년, 40년 선배인 자신들에게 "선배님"이 아닌 "형님"이라 칭해주어 그냥 행복한 자리. 이 모든 것들이 오렌지색, 아니 아륀지색 구체가 되어 버저비터 딥 쓰리의 벅차오름으로 들끓는 자리.


    나이를 망각하고 주책없는 아재개그를 남발한 일부 철없는 형들을 망각하시라. 도긴개긴, 도토리 키재기의 외모 대결을 일삼은 두 늙은 형을 잊어주시라. 그저 분위기에 취하여 한없이 귀여워지고자 한 형들이 있다면 그저 귀엽게 추앙해 주시라. 그리고 언제 잔츠구장에서 한 게임하자며 호기를 부린 형들은 냉정하게 제압해 주시라. 실력으로 제압당하면서 그들은 대견함으로 즐거워할지니.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ps. 산디 수빈.  한 게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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