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위에 펼쳐지는 인생의 파노라마
고지대에 위치한 등대 카페.
바다의 수평선이 마치 낮게깔린 산맥처럼,
은은하게 펼쳐져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브런치를 먹고
브런치의 글을 발행하는 것으로,
디지털 노매드의 하루는 조용히 시작된다.
자연의 생명력에 멍하니 감탄하고 있다 보면
문득, 한 가지 질문이 밀려온다.
‘내가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이 닿는 순간,
인생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천천히
수평선 위로 펼쳐진다.
수학이 전부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을 했기에 미대를 꿈꾸기도 했지만,
“수학 시험을 안 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대 입시를 포기할 만큼 나는 수학을 사랑했다.
아니, 그때의 나는 그냥 수학이 전부였고,
수학을 잘해야 인생이 성공한다고 굳게 믿었다.
(뭐, 성공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그 덕분에 지금 먹고사는 능력은 갖추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꽤 고마운 일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첼로를 하고 싶다는 바람도
옅게 일렁였지만,
내가 알고 있던 ‘성공의 루트’ 안에 예체능은 없었다.
예체능을 하면 인생이 망하는 줄 알았다.
사실 뭐 하나 압도적으로 잘하는 게 없었기에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10대에는 수학천재가 부러웠고,
20대에는 음악 엘리트들이 부러웠다.
사회적으로 특별히 증명한 것도 없고,
이뤄낸 것도 딱히 없고,
사랑에도 번번이 실패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실패하는 사람이었기에,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때로는 너무 억울해서
종잇장이 찢어질 만큼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다.
해소되지 못한 응어리진 마음들을,
그렇게라도 흘려보내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숱한 실패의 순간들,
종잇장 위에 펜을 세게 눌러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 시간들.
돌이켜보면,
그것들이 있었기에 나는 살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의 글들, 나의 사유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만의 ‘결’을 만들었고,
나에 대한 믿음, 그 본연의 힘을 기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무엇을 증명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마음의 파도를 따라
흘러가는 대로 글을 쓰며
나를 본질적으로 마주하고,
꾸준히 찾아가는 것.
그 흐름의 연속성을 갈망할 뿐이다.
아마 그렇게 흘러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무언가가 되어 있겠지.
그저 내 마음을 충만하게 해주는
흘러가는 대로의 그 무언가.
이 글들을 차곡차곡 모아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나의 이야기를 담은
나만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지금의 나를 설레게 하는,
그리고 충만하게 하는
하나의 목표.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연기를 하고,
춤을 추며,
나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