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명화처럼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하다. “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마지막 대사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영화의 결과도 많이 닮아있는, 그래서 마음 깊이 스며든 나의 인생영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영상미와 짙은 서정성이 내 가슴을 울린다. 언젠가부터 글과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고 있다. 나의 목소리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가닿을 수 있기를 조심스레 희망해 본다.
이 영화의 대사처럼, 나 역시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어 충만해지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다. 감각할 수 있기에 충만한, 온전히 살아 숨 쉬고 존재함으로써 채워지는, 그런 순간들.
요 며칠 살을 에는 추위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오른 기온에 봄이 온 줄 착각하며 괜스레 마음이 설레던 찰나의 순간, 수평선과 스며들 듯 맞닿는 하늘, 하얀 거품을 일렁이며 밀려왔다 밀려드는 파도, 파스텔오일로 파란 바탕을 칠하고, 그 위에 흰 점들을 흩뿌린 듯 반짝이는 윤슬, 밝게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 엄마.
아름다움은 순간의 찰나로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한 폭의 명화처럼 가슴속에 영원히 남는다.
물론 삶을 살아내는 일은 여전히 고통스럽고, 현실적인 고민들에 버거운 순간이 많다. 그럴 때면 감각이 들어올 공간조차 없어지고, 모든 것이 귀찮고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마음의 여유를 잃는 순간이 두렵다. 감각이 들어오지 못하는 그 상태를 경계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는 그 순간이, 나에겐 가장 두렵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감각의 재료들을 열심히 찾아 나선다. 냄새를 맡으며 온몸으로 세상을 느끼고, 그 작은 순간에도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내 믹스견 두 마리를 보며 감각으로부터의 충만함을 다시 배운다.
슈만 피아노 4중주 내림마장조 작품번호 47, 4분 11초 구간의 선율에서 느껴지듯, 심장에 꽃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