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속단하지 말아 줄래요?

바다를 비추는 저 등대처럼

by 갈맥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네가 아직 어려서 뭘 몰라서 그래, 달콤한 말들보다는 가끔은 나처럼 독설해주는 사람도 필요해”


얼마 전 동생의 친구들이 동생에게 쏟아낸 말들이다. 그들은 동생의 사업에 대해 조언이라는 이름의 충고들을 늘어놓았다. 투자자들을 설득하려면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말, 지금의 상황은 네가 그런 식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식의 말들. 뭐, 누가 들어도 현실적으로 맞는 말이고 일리는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그것은 ‘어느 정도의 일리’ 일뿐이다. 겉으로 보이는 표면에 불과한, 정작 동생 스스로도 수없이 생각해 왔고 이미 알고 있는, 그런 조언들. 그렇게 되기까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 안에 내재된 어떠한 맥락과 본질은 보지 못한다. 아니, 애초에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것을 속단이라고 부르고 싶다. 결국 그 속단들은 화살이 되었고, “사업 얘기 그만하자”라는 말로 대화는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누군가를 판단하고 조언을 하기 전에 그 사람의 본질을 보려고 했는가 ‘


본인이 미처 보지 못했던 지점을 꿰뚫는, 통찰력 있는 독설이었다면 동생은 기꺼이 감사해하며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 말은 아프더라도 성장의 밑거름이 될 테니까. 하지만 표면만 훑어보고 단정 지어버린, 속단에 기반한 조언들은 듣는 이의 마음을 다치게 할 뿐이다. 물론 그들의 마음에 나쁜 의도는 없었다는 것을 안다. 오랜 친구로서 진심으로 걱정하고, 진심으로 조언하고자 했다는 것도. 하지만 의도가 어떻다한들, 그 조언이 속단이 되어버리는 순간 그것은 도움이 아니라 상처가 될 뿐이다.


동생은 결국 내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사업이 힘들 때는 친구들을 만나지 말아야겠다.. 그냥 다 필요 없고 너랑 있고 싶다.”


평소 같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말이다. 동생은 그렇게 내 옆에서 한참을 울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같이 자는 건 좀 소름 돋아서(?) 은근슬쩍 몸을 옮기긴 했지만, 그 모습을 보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동생의 무너진 숨소리를 듣다 보니, 한때 나에게 쏟아졌던 속단의 말들이 문득 떠올랐다. 나는 평소에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잘 안 듣는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 그 말이 참 좋다. ‘아, 내가 스스로 판단해서 잘 걸러 듣고 있구나’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독설이나 불편한 말들을 무조건적으로 피하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표면만 보고 속단해 버리는, 어떠한 편견의 말들이다. 그 말이 나에게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지, 그 말을 건넨 사람이 정말로 내 본질을 보려고 했는지 나는 그 지점부터 살핀다. 그리고 나서야 들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있는지, 아니면 진심 없이 던진 속단인지, 나는 단지 그것을 구분하려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표면만 훑는 속단도, 본질을 꿰뚫는 진심 어린 조언도, 나를 본질적으로 위로하진 못한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건 말이 아니라,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바다를 비추는 저 등대처럼, 그저 조용히 빛을 밝히며 옆에 있어주는 것. 아무 말하지 않아도 그 침묵이 건네는 진심 어린 온기. 사랑하는 내 사람들에게 그런 등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옆에서 조용히 빛을 내어주는, 그런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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