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앞서 있는 생각과 조건

회의가 막힐 때 먼저 봐야할 것

by 회의설계소
8c6297ff72c93.png ▲ 말보다 앞서 있는 생각과 조건 ©회의설계소

회의가 막힐 때 먼저 봐야할 것

1️⃣ 회의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2️⃣ 생각이 말이 되는 순간, 어긋남이 생깁니다
3️⃣ 말이 정리되면, 그제야 조건이 보입니다
4️⃣ 회의는 단계를 건너뛰기 어렵습니다
5️⃣ 회의가 막힐 때 이렇게 돌아보면 좋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올 때 이런 느낌이 남을 때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충분히 한 것 같은데, 정작 남은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들 고개는 끄덕였는데, 다음 단계가 잘 안 보이네요.”

이런 회의가 반드시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어디선가 흐름이 잠시 멈췄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퍼실리테이션 현장을 오래 지켜보다 보면, 회의가 막히는 순간에는 공통된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말을 못 해서가 아니라, 말보다 앞서 있는 생각과 조건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을 때입니다.


1️⃣ 회의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많은 생각을 안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가 어떤 자리가 될지

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지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지는 않을지

이 생각들은 명확한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의 속도, 표정, 참여 방식에는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말하고, 누군가는 한 발 물러서 있으며,

누군가는 처음부터 기대를 접은 상태로 앉아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생각들이 맞는지 틀린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이 지점에서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려 하기보다,

“지금 우리는 어떤 상태로 이 자리에 와 있을까”

를 천천히 살펴볼 수 있는 여지를 만듭니다.


2️⃣ 생각이 말이 되는 순간, 어긋남이 생깁니다

회의가 조금 풀리면 사람들은 말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또 다른 막힘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같은 단어를 쓰고 있지만, 각자가 떠올리는 장면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입니다.

“이번에는 좀 더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 말에 어떤 사람은 새로운 기술을, 어떤 사람은 조직 문화를,

어떤 사람은 일하는 방식을 떠올립니다.

말은 이어지지만, 서로 다른 그림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상태가 길어지면 회의는 점점 피곤해지고,

왜 대화가 잘 안 되는지조차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이때 말을 더 많이 끌어내기보다,

말의 뜻을 잠시 함께 들여다보는 역할을 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단어는, 어떤 장면을 떠올리신 건가요?”

“이 표현을 들을 때, 각자 어떤 상황을 생각하고 계신지 나눠볼까요?”

이 질문이 들어오면 회의실 안의 공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비로소 “우리가 같은 말을 다르게 쓰고 있었구나”를 알아차립니다.


3️⃣ 말이 정리되면, 그제야 조건이 보입니다

말의 의미가 어느 정도 맞춰지면 그다음에야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예산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결정은 어떤 구조 안에서 이루어지는지

지금 제도나 환경이 허용하는 범위는 무엇인지

이 조건들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다만, 앞선 단계가 정리되지 않으면 괜히 분위기를 흐리는 이야기처럼

느껴져 쉽게 꺼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퍼실리테이터는 이 지점에서 현실을 단정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질문으로 다가갑니다.

“이 이야기를 현실에 옮기려면, 어떤 조건을 함께 봐야 할까요?”

“지금 구조 안에서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는 범위는 어디쯤일까요?”

이 질문은 가능성을 닫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현실 안에서 방향을 찾기 위한 질문입니다.


4️⃣ 회의는 단계를 건너뛰기 어렵습니다

회의에서 변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체로 순서를 가지고 진행됩니다.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안고 있는지 드러나고, 그 생각이 말로 옮겨지며 의미가 맞춰지고,

그 말이 현실의 조건과 연결됩니다.

이 중 어느 한 단계라도 충분히 다뤄지지 않으면 회의는 쉽게 막히거나 공회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퍼실리테이터는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기보다,

이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돕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5️⃣ 회의가 막힐 때 이렇게 돌아보면 좋습니다

회의가 답답해질 때, 다음 질문을 조용히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 생각의 영역

감정이나 예상이 아직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을까요?

✔ 말의 영역

같은 단어를 쓰고 있지만, 서로 다른 장면을 보고 있지는 않을까요?

✔ 조건의 영역

말하지 않은 현실 조건이 결정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요?

이 질문들은 회의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다음 흐름을 찾기 위한 단서입니다.


회의가 막힐 때는 말 밖을 봅니다

회의가 막힐 때, 더 좋은 말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말보다 앞서 생각이 멈춰 있거나, 조건이 정리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퍼실리테이션은 이 말 밖의 영역을 먼저 살피고,

다시 말이 흐를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일입니다.

그래서 회의는 말을 잘하면 풀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조건이 함께 다뤄질 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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